최근 국내로 환수된 조선시대 ‘독서당계회도’ 일부. 선비들이 한강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이다. /문화재청

오랜 세월 일본 등 해외를 떠돌았던 조선 시대 산수화 한 점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16세기 선비들이 한강에서 뱃놀이하는 모습을 담은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

문화재청은 지난 3월 미국 경매에서 매입(낙찰가 약 8억4000만원)한 이 그림을 22일 처음 언론에 공개했다. 조선 시대 유학 인재 양성을 위한 학문 연구 기관인 ‘독서당’을 배경으로 20~30대 젊은 관료들이 친목 모임인 ‘계회’를 벌이는 모습이 담겼다.

그림은 가로 72.4㎝, 세로 187.2㎝ 크기로 가운데 우뚝 솟은 응봉(지금의 매봉산)을 중심으로 한양의 자연 풍경과 계회 모습이 묘사됐다. 한강변 두모포(현재 서울 옥수동 인근)에서 관복을 입고 뱃놀이 즐기는 선비들의 모습을 그렸다. 1517년(중종 12년) 두모포에 신축된 독서당은 강변과 이어지는 길 위에 위치한 곳으로, 그림에선 안개에 가려진 채 지붕만이 묘사돼 있다.

이 그림은 중종 때인 1531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16세기 독서당계회도 3점 중 하나로 그중 제작 시기가 가장 이르다. 해외로 반출된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작품을 소장했던 일본인 간다 기이치로(1897~1984·전 교토 국립박물관장) 사망 이후 다른 일본인의 손에 들어갔다가 미국 경매에 나온 것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나서서 매입에 성공했다. 환수 과정에 참여했던 박은순 덕성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이번 계회도는 조선 시대 풍수지리 개념이 반영된 그림으로, 조선 초기 실경산수화의 면모를 보여주는 수작”이라며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계회도 하단부엔 참석한 관인들의 호와 이름, 본관, 과거 급제 연도 등이 적혀 있다. 이름이 올라간 문인은 모두 12명인데, 이들은 1516~1530년 사이 사가독서(賜暇讀書)한 젊은 관료들이다. ‘사가독서’란 젊고 유능한 문신들을 선발해 휴가를 주고 공무 대신 학문에 전념하게 한 조선 시대 인재 양성 제도다. 백운동 서원을 설립해 서원의 시초를 이룬 주세붕, ‘규암집’을 저술하는 등 성리학의 대가로 추앙받은 송인수 등이 이날 계회에 참석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누가 그렸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계회도에 비해 화법이 뛰어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조선 시대 궁중 그림을 맡았던 도화서 화원(화가)들이 그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음 달 7일부터 9월 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개최되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첫선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