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한국학 콘퍼런스’에서 다프나 주르 스탠포드 교수, 엑소의 리더 수호와 앤젤라 킬로렌 CJ ENM아메리카 CEO, 마르시 권 스탠퍼드 조교수(왼쪽부터)가 K팝의 성공 요인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는 통역사. /김성민 기자

19일(현지시각) 오후 미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학 벡텔 콘퍼런스 센터. ‘한국학 콘퍼런스’가 열리는 장소에 K팝 그룹 ‘엑소’의 리더인 수호가 등장하자 200여명의 팬들이 들썩였다. 그전까지 북핵 관련 토론을 진행하던 콘퍼런스장이 일순간 팬미팅장으로 변했다. 한국학을 전공하는 스탠퍼드 대학생, 미 텍사스와 어바인에서 왔다는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 행사는 스탠퍼드대학 내 한국에 대해 연구하는 한국학 프로그램 20주년을 맞은 행사다. 한국학 프로그램이 매년 열리는 연례 콘퍼런스에서 K팝을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논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를 주최한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는 “미국 대중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북핵과 K팝 딱 2가지뿐”이라며 “K컬처 현상을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이를 한국학에 접목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무대에서는 다프나 주르 스탠포드 교수의 사회로 수호와 앤젤라 킬로렌 CJ ENM아메리카 CEO, 마르시 권 스탠퍼드 조교수가 K팝의 성공 요인에 대해 토론했다.

19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한국학 콘퍼런스’에서 엑소의 리더 수호가 K팝의 성공 요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성민 기자

수호는 “한류엔 국경이 없다”며 “무대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점차 모든 곳에서 한류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K팝 팬덤이 생긴 가장 큰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을 꼽았다. “팬들이 칼군무, 외모 등을 좋아해주시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과 아티스트의 커뮤니케이션”이라며 “팬과 아티스트가 나뉘어 진 것이 아니라 지속 교류하며 하나의 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팝은 예전 것을 취하면서 계속 변하는 것”이라며 “한국 전통 악기나 소리를 K팝에 접목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K팝엔 한계가 없다”고 했다.

앤젤라 킬로렌 CJ ENM아메리카 CEO는 K콘텐츠가 전 세계적 사랑을 받는 이유로 ‘여성의 시선(Female Gaze)’을 꼽았다. 미 할리우드 쇼나 필름,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대부분 남성의 시선으로 이뤄진 콘텐츠지만, K콘텐츠는 여성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 큰 인기를 얻는다는 것이다. 킬로렌 CEO는 “미 할리우드 콘텐츠들은 남성의 시각에서 등장 여성이 얼마나 섹시한지를 어필하지만, K콘텐츠는 여성의 입장에서 로맨스와 감정을 보여준다”며 “한국에서는 대중문화와 소비의 많은 부분이 여성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이러한 K콘텐츠의 특성이 그동안 남성 중심의 문화에 소외된 여성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라고 했다.

이날 한국학 콘퍼런스에 참여한 K팝 팬들은 단순히 아이돌 팬을 넘어서 한국 문화 전반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 팬은 “현재 한류는 전 세계적 트렌드”라며 “K팝, K드라마, K영화, K푸드를 넘어 앞으로 무엇이 가능할까”라고 질문했다. 엑소의 수호는 “메타버스가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메타버스에서 아티스트들이 더 많은 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