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단절. /애플TV+

애플TV+ ‘세브란스: 단절’

일과 삶의 균형, 통칭 ‘워라밸’은 예민하고 어려운 문제다. 만약 머릿속에 칩을 집어 넣는 것만으로 직장 안과 밖의 삶을 완전히 갈라놓을 수 있다면?

‘마크 스카우트’는 세브란스(severance·단절) 시술을 받고 미스터리의 거대기업 루먼에서 일한다. 아내를 차 사고로 떠나보낸 뒤, 근무 시간만이라도 슬픔을 잊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일. 자아 분리 과정은 공간이 지배한다. 주차장에서 한참 울었더라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단절’ 근무자 층에 도착하는 순간 직장 밖의 모든 일을 잊는다.

마크와 ‘매크로 데이터 정제’ 팀원 4명은 종일 단조로운 PC 화면을 쳐다보며 연속적 숫자들 속에서 불규칙한 수를 빼낸다. 바깥에선 서로 만날 일도 없고, 만나도 누군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새로운 여성 팀원 ‘헬리 R’은 자신이 단절 시술에 동의했다는 걸 인정 못하고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한다. 설상가상 회사 밖의 마크에게 가장 친한 동료였다는 의문의 인물이 찾아온다. 평온한 일상이 뒤흔들린다.

서늘한 디스토피아 블랙 코미디. 개인은 이해 못 할 거대 시스템과 무의미한 반복 노동, 기억과 관계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연기와 서사 모두 탄탄한데, 르코르뷔지에의 브루털리즘 건축이나 톰 포드의 디자인을 떠올리게 하는 미술도 명품급이다.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 89명이 참여한 신선도 지수가 98%, 관객 620명이 참여한 팝콘 지수가 93%. 평단과 관객 모두 이렇게 만족하는 웰메이드 드라마는 드물다.

우연과 상상.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우연과 상상’

올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일본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는 언제나 ‘말의 향연’이다. 자동차 뒷좌석이나 사무실 같은 비좁은 공간에서 잦은 장면 전환 없이도 등장인물의 대사만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빚어낸다. 아카데미 수상작인 ‘드라이브 마이 카’(3시간)나 ‘해피 아워’(5시간 28분)와 달리, 최신작인 ‘우연과 상상’(2시간)은 3편의 단편을 솜씨 있게 묶은 옴니버스 구성이다. 일상적 풍경 속에서도 갈등과 반전(反轉)을 빚어낸다는 점에서는 지극히 문학적이다.

프랑스 메스 오케스트라. /라보라 예술기획

클래식 ‘프랑스 메스 오케스트라’

올해 해외 교향악단 내한 공연의 포문은 프랑스 동북부의 메스(Metz) 국립 오케스트라가 연다. 최근 한국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다비트 라일란트<사진>가 지휘봉을 잡아서 자연스럽게 비교의 기회가 된다. 베를리오즈의 ‘베아트리스와 베네딕트’ 서곡과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 등 철저하게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들로 꾸몄다.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은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협연한다. 2일 대전예술의전당, 3일 서울 예술의전당으로 이어진다.

서커스 캬라반 '봄'. /서울문화재단

어린이 공연 ‘서커스 캬라반 봄’

서울문화재단이 광대극, 저글링, 에어리얼 후프 등 7편을 모아 서커스 캬라반 ‘봄’을 5~8일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무료로 공연한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서커스 릴레이다. 곡예사 안재근의 이야기 서커스, 입담과 재치가 가득한 코미디 저글링, 기예를 올림픽에 접목한 서커스 올림픽, 대형 원형 구조물 안에서 펼쳐지는 우주비행사 되기 대작전 등을 만날 수 있다. 외줄타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네이버로 ‘서커스 캬라반’을 검색해 사전 예매해야 한다.

창덕궁 연경당 진작례. /세계민족무용연구소

효도 공연 ‘창덕궁 연경당 진작례’

어버이날에 어울리는 공연도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부설 세계민족무용연구소는 6~8일 창덕궁에서 조선 후기 연경당 진작례(進爵禮)를 올린다. 조선 순조 무자년(1828년) 효명세자가 어머니 순원왕후 탄신 40세를 축하하기 위해 행한 것을 복원한 공연이다. 2006년부터 여덟 번째인 이번 행사는 춘앵전, 영지무, 무산향 등 궁중정재춤 6종목도 고증해 재현한다. 허영일 한예종 명예교수가 기획과 총연출을 맡았다. 창덕궁 후원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진작례 공연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