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이하 동인상) 운영위원회는 문학평론가 김동식(55)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를 조선일보사가 주관하는 동인상의 새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5년 계간 ‘문학동네’로 등단했다. 영화·대중음악·스포츠 등 장르를 가로지르는 글쓰기로 문학 담론과 대중 사이의 거리를 좁혀온 비평가로 꼽힌다. 이로써 동인상 심사위원회는 역대 수상 작가 구효서·이승우·김인숙, 문학평론가 정과리·김동식 5인 체제로 운영된다. 기존 심사위원이었던 평론가 김인환·소설가 오정희씨는 지난 연말 퇴임했다. 심사위원회는 매달 독회를 열어 신간 소설 단행본을 검토한 뒤 본심 후보작을 쌓아 올리고 10~11월 중 그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김동식 문학평론가는“좋은 문학을 읽으면 체온이 올라간다”며“작품과 나 사이에 따뜻한 세계가 만들어지는 걸 느낀다”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김 교수는 “한국 문학의 현장 속에서 다양한 작품 속 여러 빛깔의 목소리들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근현대문학을 전공한 그에게 김동인(1900~1951)은 “다양한 문학적 스펙트럼을 가진 작가”다. 김동인은 계몽주의 문학에 맞서 ‘예술로서의 문학’을 주장하며 순수문학 동인지 ‘창조’를 발간했다. 그럼에도 저잣거리에 흐르는 이야기를 담은 잡지 ‘야담(野談)’, 최초의 과학 소설로 평가받는 ‘K박사의 연구’, 역사소설 등을 발표하며 문학 지평을 끊임없이 넓혀나갔다. “요즘 한국 소설은 여성 서사뿐 아니라 로맨스·SF·미스터리 등 여러 소설적 문법들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상을 주기 위한 심사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한국 문학의 다층적인 목소리를 알리는 데 힘쓰겠습니다.”

김 교수는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동인상 객원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그는 “10년 전보다 책 읽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읽은 책의 권수는 늘었다”며 웃었다. “한국 문학을 일본·중국이나 서구 문학과 비교해 바라보는 시선은 보다 깊어졌습니다. 문학사의 흐름에서 돋보이는 작품을 선별하겠습니다.”

그에게 좋은 소설은 “질문하게 하는 소설”과 동의어였다.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물음의 대상이 될 때 쾌감을 느낍니다. 최인훈은 소설 ‘광장’에서 ‘남 아니면 북’ 양자택일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사회에 화두를 던졌습니다. 좋은 퀴어(성 소수자) 소설은 ‘인간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를 독자에게 묻고, 좋은 여성 소설은 여성의 삶뿐 아니라 남성의 삶까지 성찰하게 합니다.”

넷플릭스·유튜브·게임·웹툰 등 콘텐츠 홍수 속에 문학은 자꾸만 뒤 순위로 밀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소설은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그는 “소설을 읽지 않으면 좋은 문화적 콘텐츠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래퍼를 꿈꾸는 학생에게도 밥 딜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받은 게 요행이 아니라고요.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이름까지 따온 사람이 밥 딜런입니다. 그는 좋은 가사 한 줄을 쓰기 위해 도서관에 처박혀 신문과 세계 문학을 읽으며 지독히 노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