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아이가 집이나 유치원에서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뛰어다니며 높은 곳에 올라가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한다. 놀이를 할 때는 한 가지 장난감을 갖고 오래 놀지 못하고 친구의 물건을 마음대로 뺏어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도 잦다. 특별한 이유 없이 심하게 화를 내거나, 바닥에 드러누워 소리를 지른다.

유치원 선생님은 “다루기 어렵다. 에너지가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유치원 친구의 얼굴에 상처를 내 유치원에서 진료를 권하기도 했다. 진료 결과 A군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이후 전문적 치료를 받자 문제 행동이 상당히 많이 줄었다.

ADHD진단 체크리스트

ADHD는 소아·청소년기에 흔히 발생하는 정신 건강 질환 중 하나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발표에 따르면, 영유아(2~5세) 중 2.4%, 소아(5~14세)에서는 5~10%, 청소년(15~19세) 4~8%, 성인(20~65세) 2~5%가 한 번이라도 이 질환에 걸렸거나 앓고 있는 중이다. ADHD 진단을 받는 평균 나이는 만 7세지만 약 3분의 1의 환아는 만 6세 이전에 진단을 받는다.

◇소아청소년기 ADHD, 성인까지 이어질 수도

ADHD는 여러 선천적·후천적 요인에 의해 뇌의 집중력을 담당하는 부위의 발달이 2~3년가량 지연되는 신경발달장애다. 아동의 ADHD는 청소년기까지 지속할 가능성은 50~80%, 성인기까지 지속할 가능성은 35~65% 정도로 추산된다. 다만 어릴 때 ADHD로 진단된 아동도 발달 경로에 따라 정상화될 수 있다. 어릴 때 키가 작은 아이가 사춘기 때 폭발적으로 성장해 성인에 이르러서는 몰라보게 커질 수도 있는 것과 비슷하다.

ADHD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 요인은 다양하다. 우선 높은 유전성을 보이는 질환이며, 신생아 때 미숙아였거나 저체중인 경우에도 ADHD 발병률이 높아진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임신 중 임신부의 음주, 흡연, 화학적 물질 남용, 심한 스트레스를 꼽을 수 있다. 부정적인 부모-자녀 관계, 가족 내 학대나 심한 갈등이 있는 경우에도 아동에게 ADHD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환경적 영향에 의해 보이는 증상은 일반적으로 그 원인이 해결되면 완화되므로 ADHD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ADHD 증상과 치료법

ADHD의 핵심 증상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충동성이다. 감정 조절의 어려움, 또래 관계 문제, 학습·수행 능력 저하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종종 아이의 증상에 대한 보호자의 관찰 내용에 주관이 들어가 객관적인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고, ADHD 증상으로 오인될 수 있는 기타 정신과 질환도 많아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특히 만 4세 이전의 아이들은 발달 단계상 움직임이 많고 충동적인 모습이 자주 나타나는 시기이므로 ADHD 진단이 어렵다. 만 6세 이상의 학령기 아동에게는 신경심리검사가 집중력이나 전두엽 기능의 이상을 파악하는 데 보조적인 평가 도구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ADHD 치료는 약물이 현재로선 가장 검증된 치료법이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약물과 식이요법, 운동으로 치료하는 것처럼 ADHD도 적절한 약물 치료와 행동 교정으로 관리할 수 있다. 서구에서는 유치원생 ADHD 환아에게도 약물치료가 허용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6세 미만 아동에게는 이 같은 약물 자극제(stimulant)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이에 6세 미만 학령전기 아동에게는 주로 부모 교육, 행동 수정 등의 방법으로 치료가 이루어진다.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면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만 6세 이상이라도 ADHD 증상이 가볍거나 약물 치료의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심한 경우, 불안·반항·사회성 저하·학습 문제 등 기타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 행동 치료나 부모 교육, 사회성 훈련 등 심리사회적 치료, 뉴로피드백(뇌파 훈련)이나 작업 기억 훈련 등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