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의 주인공은 뭍에서는 소년, 물에서는 바다 괴물로 변하는 비밀을 갖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17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루카’는 이탈리아 해안가 마을에 바다 괴물이라는 비밀을 숨기고 찾아온 두 소년의 모험과 성장기를 다룬다. 노을 지는 하늘과 맑고 투명한 바다, 마을에 널려 있는 빨래까지 한 폭의 수채화처럼 눈부신 이탈리아 해안가 마을 풍경은 한국인 아티스트들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미 애니메이션의 명가(名家) 픽사에서 올해 21년째 그림을 그리는 조성연와 10년째인 김성영 애니메이터(animator)다. 이들이 개봉을 앞두고 한국 취재진과 영상 간담회를 가졌다.

루카

이들이 작품에서 맡은 역할은 실사(實寫) 영화로 따지면 조명과 카메라 촬영에 해당한다. 김씨는 “영화와는 달리 애니메이션에서는 카메라를 직접 들고 촬영하지 않아도 된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는 “햇빛과 비 같은 기상 변화에 영향을 받는 영화와는 달리, 마우스를 움직여서 그리는 애니메이션은 변명의 여지 없이 오로지 우리의 책임이라는 점도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바다 괴물인 루카를 표현하기 위해 비늘만 3436개를 그릴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YONHAP PHOTO-2438> 디즈니·픽사 '루카'의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 (서울=연합뉴스) 오는 17일 개봉하는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루카' 작업에 참여한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 조 마스터 라이터는 픽사에서 근무한 지 올해로 21년 차다. 2021.6.9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1-06-09 11:02:16/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픽사’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와 올해 아카데미 2관왕에 오른 ‘소울’까지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낸 애니메이션 명가. 이번 신작 ‘루카’는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모든 제작 과정이 재택근무로 이뤄졌다. 조씨는 “40~50명의 팀원이 작업에 함께 참여했는데 1년 넘도록 화상 채팅으로만 대화하고 일해서 시사회 당일에 처음 만나는 동료도 있었다”며 웃었다.

<YONHAP PHOTO-2445> 디즈니·픽사 '루카'의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 (서울=연합뉴스) 오는 17일 개봉하는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루카' 작업에 참여한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 2021.6.9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1-06-09 11:03:26/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픽사는 수직적 위계보다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픽사 운영 원칙의 일부도 공개했다. 회사에 고정된 관리자(supervisor)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마다 번갈아가면서 맡는다는 것이다. 김씨는 “매번 책임자가 달라지기 때문에 상하 관계보다는 자연스럽게 동등한 입장에서 다 같이 만드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조씨는 “여러 명의 책임자 가운데 한 자리는 그동안 안 해본 사람에게 새롭게 기회를 주는 것도 원칙”이라고 전했다.

이번 신작 ‘루카’는 바다 괴물이라는 낯선 존재를 통해서 타인과의 공존이라는 주제를 담아낸 속 깊은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서 시작해서 ‘슈렉’으로 끝나는 듯한 재미도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고민하는 이민자 문제에 대한 비유가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김씨는 “미국에서 아시아 출신의 이민자로 살다 보면 나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이번 작품을 하면서 다른 문화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 자신을 드러내야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도 커진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장애와 비장애인, 피부색 같은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으로 만나야 한다는 걸 작품을 통해서 배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