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A씨가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는데 임신이 불가능한 것이냐”며 병원을 찾았다. A씨는 결혼 3년이 지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자 집 근처 난임병원을 찾았다가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병원 몇 곳을 더 찾았지만 가는 곳마다 ‘원인은 알 수 없다’는 소견만 재차 받았다고 했다. 정액 검사, 염색체 검사 등을 통해 A씨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뇌하수체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있었다. 뇌 조직 중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 뇌하수체에 선종(종양)이 생겨 남성 호르몬 분비를 막고 있었던 것이다. 신경외과에서 뇌하수체 선종 제거 수술을 받은 A씨는 남성 호르몬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됐고, 정자가 다시 생성됐다. 이후 아내와 함께 시험관 시술로 쌍둥이 임신에 성공해 현재 임신 20주차로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픽=이정아

최근 남성 난임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무정자증 환자가 상당히 많아졌다. 무정자증 진단을 받은 남성들의 경우 대부분 아이 갖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정자증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고, 원인을 찾아 제대로 치료하면 아이를 갖는 게 가능하다.

◇무정자증도 치료 가능… 임신 포기하지 말아야

남성 요인 난임의 15~20%를 차지하는 무정자증은 반복적인 정액 검사에서 정액 내 정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진단명이 무정자증이라 정자 세포가 전혀 없는 경우만 뜻한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정액 검사를 통해 정자가 있더라도 활동성이 매우 약한 경우 무정자증 진단이 나올 수 있다. 무정자증은 정자를 생성하더라도 배출 통로가 막힌 ‘폐쇄성 무정자증’과 통로에는 이상이 없지만 질환 등으로 정자 형성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비폐쇄성 무정자증’으로 나눌 수 있다. 폐쇄성 무정자증은 막힌 부분을 뚫어주거나 정자를 직접 추출하면 시험관 시술을 통해 임신이 가능하다. 폐쇄성 무정자증의 경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A씨의 경우처럼 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질환을 찾아 치료하면 임신이 가능하다. 성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 질환인 ‘클라인펠터 증후군’의 경우, 고환의 용적을 작게 하기 때문에 정자 수가 매우 적고 정자의 운동성도 떨어져 난임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고환에서 직접 정자를 채취한 뒤 시험관 시술을 하면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

◇당뇨·고혈압·비만은 정자 생식 능력 떨어뜨려

남성 난임의 원인은 다양하다. 고환의 문제, 질환으로 인한 난임, 호르몬과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난임 등이 있으며 원인을 모르는 난임도 30%에 달한다. 간이나 신장 기능의 저하, 당뇨·고혈압 같은 질환이 있어도 정자 생식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전자파 노출이 많고 지나친 음주·흡연 등도 주요 남성 난임의 원인이며, 최근에는 환경호르몬도 주요한 남성 난임의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남성의 가임력을 확인하는 검사는 정액 검사와 호르몬 검사가 있다. 정액 검사는 남성 난임 원인에 대한 일차적인 검사로 정액의 양과 정자의 수, 운동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정자의 질이 낮게 나오더라도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남성의 정자는 3개월마다 새롭게 생성되기 때문에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개선이 가능하다. 호르몬 검사는 2차 성징 발현이 없었거나 소실된 경우, 정자 수가 적거나 운동성이 감소될 경우 그리고 무정자증일 경우 시행한다. 또한 성욕 감퇴 등 성 기능 이상 증상이 있을 때도 시행한다. 호르몬 검사를 통해 뇌하수체 분비 호르몬 감소에 의한 난임 여부, 고환 자체의 정자와 남성 호르몬 형성 능력 저하 여부 및 정자 이동 통로의 폐쇄 여부 등을 진단할 수 있다.

남성 난임은 대부분 아기가 생기지 않는 것 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 쉽게 알기 어렵다. 또 질환 자체를 인지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건강관리도 필수다. 특히 체중 관리가 중요하다. 과체중의 경우 체중이 약 10kg 증가할 때마다 난임 가능성이 10%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정확한 체질량 지수를 분석해 근육량을 바탕으로 유산소, 근력 운동 및 동물성 지방을 제한한 식이 조절을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