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공개된 14세기 고려 불화 '아미타삼존도'. 세로 약 110㎝, 가로 약 53㎝. 그림 바탕에 거뭇거뭇하게 보이는 것은 여러 번 수리를 거쳤기 때문이다. /뵤도인 홈페이지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14세기 고려 불화 한 점이 일본 교토의 사찰에서 발견됐다. 고려 불화 연구자인 정우택 동국대 명예교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유명 사찰 뵤도인(平等院)에 기탁돼 있던 불화가 그동안 중국 불화로 잘못 알려져 있었으나 수리 과정에서 고려 불화 ‘아미타삼존도’로 밝혀졌다”며 “현재 뵤도인 경내 박물관 특별전에서 전시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일본 교토신문은 지난달 14일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며 “전시 작품 중 ‘아미타삼존도’는 뵤도인의 부속 사원 소장품으로, 그동안 송나라 13세기경 그려진 불화로 알려져 왔으나 2016~2018년 수리 과정에서 부처의 얼굴 모양과 옷 문양 등 세부 조사와 형광 X선 분석 결과, 고려 14세기경 제작된 불화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그림 크기는 세로 약 110㎝, 가로 약 53㎝. 가운데 앉은 본존불을 중심으로 아래 양쪽에 두 협시보살이 서 있는 모습이다. 신문은 “해체 수리 과정에서 그림을 그린 비단 등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최대 6회 정도 수리를 거쳐 소중히 계승돼 왔음을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7월 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뵤도인 박물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수리’를 주제로 여는 특별전이다. 뵤도인 박물관 홈페이지에서도 이 작품을 특별전 대표작으로 내세우고 ‘최초로 공개하는 고려 불화’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진을 검토한 정우택 교수는 “여러 번 수리를 거쳤고 상태가 좋지 않지만, 현존하는 고려 불화가 전 세계 170여 점뿐인 상황에서 또 한 점의 귀한 고려 불화가 발견됐다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는 대로 교토 현지에 가서 작품을 본격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려 불화는 고려 청자, 고려 나전과 함께 예술적 기량이 뛰어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지만 현존하는 작품은 전 세계 170여 점밖에 없다. 일본에 120여 점이 있고, 미국에 18점, 유럽에 8점이 있다. 국내에는 20여 점이 있는데 이 중 대부분이 최근 외국에서 구입해온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에는 5년 전 기증받은 ‘수월관음도’ 한 점뿐이었다가 이번에 기증받은 이건희 컬렉션에 ‘천수관음보살도’ 등 고려 불화 5점이 포함돼 화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고려 말 왜구들이 약탈하거나 임진왜란 때 유출된 것이 적지 않고 외교적 목적과 교역품으로 적지 않은 고려 불화가 현해탄을 건넜다”며 “조선은 폐불(廢佛) 정책으로 불교 유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탓에 1970년대 후반까지 국내에는 고려 불화가 한 점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