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책 ‘노란집’은 작가가 말년을 보낸 구리 아치울마을 노란집에서 쓴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이 책 ‘봄의 끄트머리, 여름의 시작’이란 제목의 글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모란이 봄의 끄트머리라면 붓꽃은 여름의 시작이다. 창포하고 붓꽃은 내가 심은 바 없는데 언제부터인지 마당 예서제서 나기 시작했다. 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에 날리는 가벼운 씨앗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저절로 난 게 신기했다. 그것들은 어디서부터 왔을까.(중략) 둘은 거의 같은 시기에 피기 때문에 노란색과 보라색이 어울려 만개했을 때는 그 연못이 이 세상 연못 같지 않아진다.>

여기서 연못은 작가가 자주 산책한, 집 근처에 있는 장자못을 말할 것이다. 그런데 글에는 붓꽃과 창포라고 했지만 보라색과 노란색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붓꽃과 노랑꽃창포인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헷갈리는 꽃이름인데, 꽃을 좋아하고 글을 꼼꼼하게 쓴 박완서 작가도 헷갈린 것이다. 오늘은 붓꽃, 꽃창포, 노랑꽃창포, 창포 등 사람들이 많이 헷갈리는 꽃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방법이다.

붓꽃 꽃창포 노랑꽃창포 금붓꽃 타래붓꽃 창포 구분하기.

서울 경복궁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반기는 꽃은 붓꽃이다. 표를 받는 흥례문을 지나자마자 조그만 다리(영제교)가 나오는데, 그 다리 양쪽으로 붓꽃이 한창이다. 이곳만 아니라 경복궁 곳곳에서 붓꽃을 흔히 볼 수 있다.

붓꽃. 꽃잎 안쪽에는 붓으로 그린 듯한 줄무늬가 있다.

그런데 붓꽃과 꽃 색깔은 비슷한데 꽃잎 무늬가 다른 것도 있다. 습지에 흔히 심는 꽃창포다. 붓꽃과 꽃창포는 꽃색깔도 비슷한 보라색이라 얼핏 보면 거의 같지만 꽃잎 안쪽이 다르다. 붓꽃 안쪽에는 붓으로 그린 듯한 줄무늬가 있고, 꽃창포는 꽃잎 안쪽에 노란색 역삼각형 무늬가 있다.

꽃창포. 꽃잎 안쪽에 노란색 역삼각형 무늬가 있다.

붓꽃은 주로 화단 등 건조한 곳에서, 꽃창포는 물가에서 주로 자라지만 참고사항일 뿐 섞어 심기도 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자주 보다보면 붓꽃은 보라색인데, 꽃창포는 붉은색이 더 들어가 붉은 자주색인 차이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노랑꽃창포는 붓꽃이나 꽃창포같이 생겼는데, 꽃이 노란색이다. 주로 물가에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유원지 물가를 보면 거의 어김없이 붓꽃 모양으로 생긴 노란색 꽃, 노랑꽃창포가 핀 것을 볼 수 있다.

노랑꽃창포.

이 노란꽃창포에다 노랑붓꽃이라고 이름표를 달아놓은 경우가 적지 않은데, 노랑붓꽃이라는 식물이 별도로 있다. 그것도 멸종위기식물일 정도로 귀한 꽃으로, 하나의 꽃대에 노란색 꽃이 두 개씩 피는 꽃이다. 산에 가면 노란색 꽃이 꽃대 하나에 하나만 피는 꽃을 볼 수 있는데, 이 꽃은 금붓꽃이다. 금붓꽃도 산에서만 볼 수 있고 아직 원예종으로 심은 것은 볼 수 없었다. 그러니까 도심에 있는 노란색 붓꽃처럼 생긴 꽃은 노랑꽃창포이고, 산에 있는 노란색 붓꽃처럼 생긴 꽃은 금붓꽃(혹시 꽃송이가 두 개라면 노랑붓꽃)인 것이다.

노랑꽃창포 옆에 노랑붓꽃이라는 푯말이 놓여 있다.
금붓꽃. 꽃대 하나에 꽃이 하나씩 피는 꽃이다.

타래붓꽃도 요즘 자주 볼 수 있다. 꽃 크기는 붓꽃보다 좀 작고 꽃색이 연한 보라색이다. 잎이 특이하게 타래처럼 꼬인다고 타래붓꽃이란 이름을 가졌다.

타래붓꽃. 꽃이 연한 보라색이고 잎이 타래처럼 살짝 꼬여 있다.

마지막으로 창포도 물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지만, 붓꽃 종류와는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꽃자루 중간에 손가락 모양의 길쭉한 꽃차례가 달렸다. 단오날 여인들이 잎을 끓여 머리를 감는 식물이 바로 이 창포다. 창포는 천남성과로 붓꽃 등과는 과(科)까지 다르다.

창포. 꽃차례가 손가락 모양으로 길쭉하다.

정리해 보면 보라색 꽃이면 붓꽃 아니면 꽃창포인데, 줄무늬가 있으면 붓꽃, 노란 무늬가 있으면 꽃창포다. 잎이 꼬여 있고 꽃이 연한 보라색이면 타래붓꽃이다. 전체가 노란색 꽃이면 노랑꽃창포이고, 창포는 손가락 모양 꽃차례를 가진 꽃이다. 그리고 산에서 붓꽃처럼 생긴 노란색 꽃이 있는데 꽃대에 꽃이 하나 피어 있으면 금붓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