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코로나 대유행은 한국인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센터장 최인철)가 코로나가 덮친 2020년 10대 이상 143만3935명(중복 응답자 제외)을 대상으로 행복도를 조사했더니, ‘여성이 남성보다, 젊은 층이 50대 이상보다, 상위 계층이 하위 계층보다 더 행복 감소세가 컸다’는 결과가 나왔다.

150만명 가까운 표본을 대상으로 한 서울대의 코로나 관련 행복 조사는 세계 학계에서도 이례적일 만큼 최대 규모 연구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26일 발간하는 ‘대한민국 행복지도 2021-코로나19 특집호’(21세기북스)에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여성이 남성보다 더 행복 감소

여성의 ‘안녕(행복) 지수'는 2020년 1월 20일 국내 코로나 첫 환자가 나온 이후, 1차 유행(2월 23일~4월 20일), 2차 유행(8월 23일~9월 27일)이 발생한 9월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코로나 발생 직전인 1월, 5.288(10점 만점)에서 1차 유행때는 5.206, 2차 유행 떄는 4.985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남성은 5.495(1월), 5.398(1차유행), 5.333(2차유행)으로 행복지수가 완만한게 하락한데 비해, 감소율이 컸다. 남성이 두 차례의 감소와 회복 패턴을 보이는 것과 달리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행복연구센터는 “등교 중단으로 보육 부담 증가가 여성에게 집중됐고, 코로나 유행으로 여성 취업률이 낮아지면서 일자리를 잃거나 실직에 대한 불안을 더 많이 느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50대 이상, 삶의 지혜로 코로나 잘 견뎌”

코로나는 젊은 사람보다 노년층의 건강에 더 위협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50대 이상의 경우, 코로나 유행에 따른 행복 변화가 크지 않았다. 반면 10~20대와 20~30대의 행복은 2차 유행 기간까지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시된 1차 유행과 2차 유행 때 행복이 가장 급속하게 하락한 연령대는 30~40대였다. 10~20대는 특히 1차 유행과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됐을 때 타격받았다. 반면 50~60대는 코로나 기간 내내 모든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높은 삶의 만족과 의미를 유지했다.

행복연구센터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50~60대의 평소 생활 습관과 비슷하기 때문에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일상의 변화를 덜 겪고 심리적 타격 또한 덜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노년층이 젊은 세대보다 감정을 잘 다스리고 삶의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도 꼽혔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코로나가 한국인의 행복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발간한 '대한민국 행복지도 2021'

◇상위 계층 삶의 만족, 영국(13위)서 아랍에미레이트(21위) 수준으로 하락

사회적 지위가 높은 상위 계층이 코로나 기간 하위 계층보다 행복 감소세가 컸다는 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상위 계층이 하위 계층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건 예년과 같지만, 상위 계층의 만족 감소 정도가 하위 계층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상위계층의 만족 경험이 연초 평균 7.14점 수준에서 연말 6.82점까지 내려간 반면, 하위 계층은 연초 평균 5.06점, 연말 평균 5.04점 정도로 1년 동안 비슷한 수준이었다. 2020년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발표된 국가별 삶의 수준에 대입하면, 상위 계층은 연초 13위와 14위에 해당하는 영국, 이스라엘 정도의 만족 수준을 보이다 연말엔 20위 벨기에, 21위 아랍에미레이트 수준의 만족을 보였다.

반면 하위계층은 연초나 연말 모두 98위, 99위, 100위에 해당하는 카메룬, 베네수엘라, 알제리 정도의 만족 수준을 보였다. 상위 계층의 행복감 저하는 그들이 코로나로 받은 심리적 타격이 하위계층보다 컸다는 뜻이다. 전염병 대유행이 상위 계층이 누리던 일상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외향적 성격이 내향적 성격보다 코로나 타격 더 받아

외향적 성격의 사람이 내향적 성격보다 코로나 타격을 더 받았다는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작년 코로나 발생 이후, 둘 다 행복도는 하락했으나 3월 23일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외향적 사람의 행복 하락 폭이 내향적 사람보다 2배 이상 큰 것으로 드러났다. 외향적 성격은 코로나 자체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행복연구센터 설문조사 참가자는 모두 143만3935명으로 여성이 106만5331명(74.3%), 남성(36만8604)보다 많다. 센터측은 “여성 참여자 수가 훨씬 많지만 남성 참여자의 규모 또한 적지 않기 때문에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 번에 걸친 코로나 유행 동안 행복 수준이 최저점에 도달한 날은 일일 확진자 수가 정점에 이른 당일이 아니라 정점에서 대략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면서 “불안, 두려움,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지루함이 누적되면서 행복 감소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