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웹툰으로 제작돼 23일 연재를 시작한 DC코믹스 만화 '배트맨' 한 장면. /카카오페이지

“세계적인 만화회사 DC코믹스가 먼저 러브콜을 보내왔다.”

미국 수퍼히어로 만화를 대표하는 배트맨·수퍼맨·원더우먼·저스티스 리그 시리즈가 한국 웹툰으로 재제작돼 연재된다. DC코믹스 출판 만화가 웹툰 형태로 제작·공개되는 건 세계 최초다. 23일 서비스를 개시한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웹툰 사업에 관심이 큰 DC코믹스 측이 만남을 제안해 2019년부터 서울서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다”며 “업계 첫 시도인 이번 협업이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재는 미국 시장을 양분하는 세계적 만화회사가 웹툰에 뛰어들고, 그 시범 무대로 웹툰 종주국 한국을 택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웹툰화작업은 한국어로 번역·출간된 기존 종이 만화책을 디지털로 옮긴 것으로, DC코믹스의 국내 판권을 지닌 출판사 시공사 만화팀이 지난해부터 맡아왔다. 백소용 팀장은 “가로형 출판 만화를 웹툰식 세로 스크롤 형태로 자연스레 옮기는데 주안점을 뒀다”며 “만화책 두 페이지를 통째로 쓰는 큰 그림의 경우 90도로 틀어 세로로 길게 싣는 등의 변주를 적용했고 미국 측의 최종 감수를 거쳤다”고 말했다.

여전히 출판 만화 중심으로 돌아가는 DC코믹스가 웹툰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만화 원작에 기반한 할리우드 영화 ‘저스티스 리그’ 국내 개봉 당시부터다. 영화 홍보를 위해 한국서 제작한 스페셜 웹툰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후 웹툰이라는 새 장르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유료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기다리면 무료’ 등 한국만의 독특한 독자 서비스 관련 조언을 얻어갔다고 한다. DC코믹스는 최근 미국 본사 내 자체 웹툰 제작 부서를 만들고 오리지널 웹툰 제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