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라이브 커머스 캡쳐

“알람 맞춰놓고 기다렸어요. 생리대는 유기농 순면인가요?” “제가 속옷 사이즈 75D인데 80C컵으로 사도 되나요? 사이즈 차이가 어떻게 되죠?”

화면이 열리자 채팅 창에 질문이 쏟아진다. 빨간 하트도 팡팡 터진다. 여느 온라인 라이브 방송과 비슷하지만 화면 아래쪽 제품 사진을 클릭하면 바로 온라인 구매 창으로 연결된다. 지난 24일 속옷 브랜드 비비안이 일회용 생리대 ‘쉼’을 론칭하면서 선보인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 라이브 커머스란 생방송 중에 직접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가 방송을 보면서 궁금한 점을 채팅으로 물어보면 판매자와 고객서비스 담당자들이 실시간으로 답한다. 일반적인 쇼핑몰에선 구현하기 어려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것이다. 모바일에 능한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에게 인기를 끄는 데다, 각종 신제품 행사를 하기 어려운 코로나 비대면 시대에 가장 효율적인 쇼핑 방식으로 꼽힌다. 네이버·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을 비롯해 롯데·신세계·현대·KT·CJ·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도 앞다퉈 뛰어들어 올해에만 시장 규모 3조원대, 2023년까지 10조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cj몰 라이브 방송 캡쳐

주로 ‘온라인 최저가’를 내세워 실속파들에게 어필한다. 관심 있는 브랜드의 소셜미디어를 팔로하거나 온라인 스토어를 ‘찜’해놓고 라이브가 뜰 때 쇼핑에 나서는 식. ‘홈쇼핑+유튜브 시청' 같은 효과도 있다. 지난 26일 CJ몰이 네이버 라이브를 통해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정도 방송한 ‘주꾸미’의 경우 “점심 앞두고 참을 수 없네. 먹방의 신세계” “이분 넘 잘 드신다. 치즈 푹 찍어서 쌈 싸먹는 것 보고 싶어요” “저 같은 맵찔이(매운 것 잘 못 먹는다는 뜻)는 맵기 조절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같은 실시간 반응들이 이어졌다.

cj몰 라이브 방송 캡쳐

홈쇼핑 방송 시간을 잡기 여의치 않거나, 길거리 로드숍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라이브 커머스에 뛰어들기도 한다. 임영웅을 모델로 내세운 구전녹용의 경우 지난 9월 유튜브 라이브 커머스를 처음 시도해 2시간 만에 무려 5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지난 9월 라이브 커머스가 큰 인기를 끈 뒤 최근까지 여러 차례 라이브 커머스를 연 구전녹용.

중요한 건 신뢰도. 소셜 미디어상에서 라이브 판매가 우후죽순 일면서 이들을 부정적으로 일컫는 ‘팔이피플(판다는 뜻과 사람들의 합성어)’이란 조어도 생겨났다. 일부는 마치 ‘떴다방’처럼 그럴싸하게 차려놓고 불법 거래하듯, 통신판매업 신고도 하지 않고 판매하면서 교환 환불도 안 해준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자체에서 시도하거나, 유명 유통업체와 손잡고 진행해 교환·환불이 가능한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