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치과 진료에 대한 공포로 통증이나 불편함을 잘 표현하지 않아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흔하다. 올해는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치과 환자가 예년보다 35%쯤 줄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 소아치과에 방문한 환자들을 보면 신경치료나 발치가 필요할 정도로 치아 상태가 나쁜 경우가 많다.

유아기부터 시기적절한 치과 검진과 치료가 꼭 필요하고, 양치 등 치아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을 아이가 가질 수 있도록 부모의 꼼꼼한 지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시기다.

◇치아 관리는 생후 6개월부터

아이의 이는 생후 6개월쯤 아래 앞니 두 개를 시작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아이의 치아 관리가 시작돼야 한다. 분유나 모유를 먹인 뒤에 영아 칫솔로 치아를 닦아 주어야 한다. 특히 밤중에 우유병이나 젖을 물고 자는 습관은 치아를 상하게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생후 1년 6개월이 지나면 치약을 묻힌 칫솔로 양치질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영유아 구강 검진이 시작되는 시기이므로 치과를 찾아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약을 뱉는 훈련이 된 두 돌 이후 아이는 불소 성분이 함유된 치약을 쓰는 것을 권장한다.

박소연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교수는 “생후 6개월부터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고 양치 등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가 충치 진료를 받으러 온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와 상담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모든 유치가 잇몸을 뚫고 나온 뒤인 만 3세부터는 아이가 양치질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양치질과 관련된 동요, 놀이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아이 스스로 꼼꼼히 양치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 있으니,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보호자가 양치질을 마무리해주는 것이 좋다. 치실 사용도 권장한다. 만 3세 이후부터 단것을 먹는 일이 늘어나고, 따라서 충치가 생길 위험도 증가하기 때문에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은 소아치과 전문의에게 치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아이의 윗니와 아랫니가 바르게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 등도 부모의 고민거리다. 유치가 일찍 빠지거나 늦게까지 남아있거나, 심하게 아래턱이 돌출돼 있다면 미리 치과를 찾아 교정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유아기 교정은 영구치가 가지런하게 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성인보다 통증이 적고 뼈가 물러 교정 효과도 좋다. 입을 벌리고 있거나 손을 빨고 턱을 괴는 등 부정교합을 유발할 수 있는 습관을 미리 바로잡아주는 것도 효과적인 예방책이다.

◇충치 증상 표현 못하는 아이

아이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치과 질환은 흔히 ‘충치’라고 불리는 치아우식증이다. 입안에 남아있는 설탕이나 전분 등이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산이 치아를 공격하여 손상돼 발생하게 된다. 이가 시리거나 콕콕 쑤시는 증상을 보이면 치아우식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문제는 아이가 증상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기적인 구강 검진을 통해 아이의 충치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아이 치아 건강을 위한 생활 수칙

치아우식증은 올바른 칫솔질과 함께 과자, 사탕 등 부착성이 높은 단 음식을 피하고 불소가 적정 정도로 함유된 치약을 사용해서 예방할 수 있다. 이때 치아에 검게 변색된 부분이 있다고 해서 모두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의료진이 치아면의 구멍이나 변색, 무른 정도를 검진하여 진행 정도를 판단해 필요한 경우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만 6~7세쯤 새로 난 영구치 부위가 날 때부터 정상적인 치아 색이 아닌 노란색을 띠거나, 아이가 양치질할 때 시리다고 말하거나 차거나 더운 음식에 예민하게 반응하면, ‘어금니-앞니 저광화’라는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어린이 5명 가운데 1명 이상에서 발생하는 치과 질환이다. 태아 때부터 만 3세까지 영양결핍 등이 원인인데, 치아가 쉽게 부러질 수 있으므로 이 같은 경우에는 조기에 치과를 찾아 치료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