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박지선

2일 고(故) 박지선씨의 모친이 남긴 유서엔 “딸이 피부병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 딸만 혼자 보낼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학창시절부터 개그맨으로 일하는 내내 햇빛 알레르기 등 피부질환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그는 고통마저도 ‘민낯 개그맨’이라는 웃음 코드로 승화시킨 ‘멋쟁이 희극인’이었다.

/고(故) 박지선의 트위터


박지선은 과거 운영하던 소셜미디어 계정에 가족과의 유쾌한 일상을 자주 담아냈다. 특히 어머니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많다. 짧은 글이지만 딸 박지선을 향한 부모님의 애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져 팬들의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고(故) 박지선씨의 트위터

박씨는 지난 2012년 자신의 계정에 ‘우리 엄마 화장대엔 로션 하나 스킨 하나. 화장 못하는 딸 위해서 엄마의 화장대도 가난해졌다. 엄마도 나도 꾸밈없이 살아간다’고 적었다. 박씨는 고질적인 피부질환으로 방송국 조명조차 따갑게 느껴져 로션 하나도 바르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2008년 KBS 연예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20대 여성으로서 화장을 하지 못하는 것보다 개그우먼으로서 분장을 하지 못해 더 웃기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개그우먼이 되겠다"고 했다.

우리 엄마 화장대엔 로션하나 스킨하나. 화장 못하는 딸 위해서 엄마의 화장대도 가난해졌다. 엄마도 나도 꾸밈없이 살아간다
오랜만에 날씨가 좋아서인지 엄마가 운동화를 빨아주셨다 내 칫솔로
자려고 누웠는데 엄마가 몸에 좋은 거라며 흑초를 입에 부어줬다 야호 원액이다
엄마한테 문자로 ‘회식 중인데 집에가고싶어’라고 했더니 엄마가 갑자기 전화해서 ‘울딸 오늘 엄마 생일인데 일찍와라’ 해서 ‘오늘 엄마 생일 아니잖어’ 했더니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먹지!!!!!!!!!!!!!!!’ 하더니 끊었다
엄마가 일주일째 콩밥만 하고 있다. 난 콩이 싫다. 콩밥보다는 현미밥이 나을 거 같아서 ‘엄마 현미가 몸에 좋대’ 했더니 오늘 현미콩밥이 나왔따
줄리엔 오빠와의 키스신을 모니터한 후 엄마는 ‘다른 게 효도가 아니라 저런게 효도다’ 라고 했었다
엄마에게 나의 숨은 매력은 뭐냐고 물었더니 예쁜 얼굴이라고 했다. 그러나 숨어있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야호!


/고(故) 박지선의 트위터


/고(故) 박지선의 트위터

“참 쉽죠~잉” 박지선, 공부도 웃음도 다 잘했는데 왜…

[단독] 박지선 엄마 유서 ‘피부병 힘들어한 딸만 보낼 수 없다’

아직 남아있는 박씨의 계정엔 엄마가 딸을 위해 밥상을 차려주고, 아빠가 늦은 딸을 마중나오는 화목한 가정의 소소한 일상들이 가득하다. 모친과 함께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들도 올라와 있다. 2011년 3월엔 “역시 엄마는 날 사랑하고 있었다” “늦어서 엄마차를 얻어탔다” “아부지 술잡숫고 빵 잔뜩 사오셨다” 등 글들이 올라왔다.


/인터넷 캡쳐

박지선이 생전 자주 입었다는 옷도 뒤늦게 화제가 됐다. 그의 아버지가 입던 니트 조끼에 어머니가 딸이 좋아하는 ‘찰리브라운’ 캐릭터 로고를 직접 수놓은 것이다.

/고(故) 박지선의 아버지가 포털사이트 질문 게시판에 남긴 글

12년 전 그의 아버지가 포털사이트 질문 게시판에 남긴 글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 네티즌이 “박지선이 남자같다”며 남긴 무례한 글에 박지선 아버지가 직접 답글을 쓴 것이다.

박씨 아버지는 “1984년 11월3일 저녁7시5분 부평성모자애병원 에서 3.1kg의 건강한 아기로 자연분만으로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글에서 “내가 아는 박지선은 속이 깊고 겸손하고 남을 많이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내딸 박지선의 건강과 무궁한 발전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아픔을 겪고도 좋은 대학교를 갔던 것처럼 어떤 역경이 닥쳐온다고 해도 박지선은 헤쳐나가리라 본다”고 썼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 된다 하더라도 절대 자신을 내세우는 박지선이 아니다
내딸 박지선의 건강과 무궁한 발전이 함께하길 바란다

고려대 교육학과 출신인 박씨는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에서 데뷔 첫해 신인상을 시작으로 2008년 우수상, 2010년 최우수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라디오 DJ 자격으로 SBS 연예대상을 받았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