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지난 5월 말부터 소셜 미디어에서 펼치고 있는 행사 '#메트 마스크 챌린지'에 전 세계인들이 올린 수제 마스크 중 하나. 영국 설치미술가 에스텔 울리가 야생 캐모마일 꽃으로 만들었다. /인스타그램 '#메트 마스크 챌린지' 캡처

야생 캐모마일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흰 꽃송이들의 집합지는 마스크. 얼굴에 덮어쓰면 싱그러운 꽃내음이 밀려들 것 같은 이 마스크는 영국 설치미술가 에스텔 울리가 직접 만들어 소셜미디어 ‘#메트 마스크 챌린지’에 올린 것이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하 메트)이 코로나로 미술관에 오지 못하는 관람객들을 위해 메트가 소장한 유물·명화 중 영감을 주는 걸 골라 자기만의 수제 마스크를 만드는 행사다. 드라마 ‘오피스’ 배우 민디 캘링 등 유명인들이 동참하면서 일본 우키요에(浮世繪) 대가 호쿠사이의 판화를 그려넣은 마스크, 쿠킹 포일이나 병뚜껑으로 만든 마스크 등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진 온갖 마스크들이 올라오고 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지난 5월 말부터 소셜 미디어에서 펼치고 있는 행사 '#메트 마스크 챌린지'에 전 세계인들이 올린 수제 마스크 중 하나. 카쓰시카 호쿠사이의 1831년작 우케요에인 '가나자와의 해일'을 넣었다. /인스타그램 '#메트 마스크 챌린지' 캡처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기념품점에선 반 고흐의 ‘해바라기’ 마스크가 인기다. 매대에 올라오는 순간 완판된다. ‘꽃 그림의 대가’ 암브로시우스 보스카르트의 정물화를 담은 마스크도 인기 만점.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베스트셀러는 미 인상주의 화가 존 싱어 사전트의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 마스크와 칸딘스키의 ‘코사크인’ 마스크이고,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은 대표작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을 넣은 마스크를 내놨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넣은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마스크. /내셔널갤러리

[내셔널갤러리 '해바라기' 마스크]

'꽃 그림의 대가' 암브로시우스 보스카르트의 '완리 꽃병에 든 꽃들의 정물화' 일부를 담은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마스크. /내셔널갤러리

[내셔널갤러리 암브로시우스 보스카르트의 ‘완리 꽃병에 든 꽃들의 정물화’]

미국 인상주의 화가 존 싱어 사전트의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를 담은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마스크. /테이트모던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을 담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마스크. 명품 브랜드들이 자사 핸드백과 손수건에 고유 로고를 찍는 것처럼 미술관 자체 로고를 박아넣었다. /프라도 미술관

세계 미술관들의 마스크 사랑이 뜨겁다. 장당 평균 10달러(약 1만2000원) 안팎으로 비싸지만 모두가 같은 마스크를 끼는 시대에 남과 다른 걸 찾는 욕구를 채워준다. 궁극적으론 미술관 운영에 도움이 된다. 내셔널갤러리 구매 담당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장 보러 갔는데 하나같이 똑같은 마스크를 끼고 돌아다녔다. 정말 이상한 광경이었다”며 “요즘 기념품점 인기 상품은 우산, 열쇠고리, 연필이 아니다. 미술관 소장 걸작이 담긴 ‘예술 마스크’”라고 했다.

2주 전 재개관한 메트도 온라인에서 모네와 반 고흐의 꽃 그림을 담은 마스크를 팔고 있다. 미 사진작가 아널드 이글이 1940년대 뉴욕을 촬영한 ‘펜실베이니아 역’과 석판화가 아돌프 덴이 같은 시기 봄날의 센트럴파크를 그린 마스크도 눈길을 끈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1916~1919)과 반 고흐의 '화병 안의 꽃다발'(1890)을 일부 확대한 마스크. 100% 폴리에스테르 재질이어서 세탁기에 넣고 돌려도 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메트 모네+반 고흐 마스크 세트]

헝가리계 미국 사진작가 아놀드 이글이 1940년대 뉴욕을 촬영한 사진 '펜실베이니아 역'(위), 미국 석판화가 아돌프 덴이 같은 시기 봄날의 센트럴파크를 그린 'Spring in Central Park'(아래)를 담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마스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메트 이글+덴 마스크 세트]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은 명품 브랜드들처럼 미술관 고유의 로고를 찍은 마스크를 선보였다. 오스트리아 빈 클림트 빌라 미술관은 클림트의 증손녀가 패션 디자이너와 손잡고 만든 마스크를 6000장 넘게 팔아치웠다.


클림트의 증손녀가 패션 디자이너와 손잡고, 구스타프 클림트가 작품에 실제 쓴 재료를 사용해 만든 수제 마스크. 클림트 생전 스튜디오로 사용됐고, 지금은 사립 미술관이 된 오스트리아 빈의 클림트빌라에서 제작했다. /클림트빌라

[클림트빌라 '클림트' 마스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은 멕시코의 유명 미디어아트 작가 카를로스 아모랄레스의 전시가 코로나로 취소되자 마스크 디자인을 요청했다. 흰 바탕에 검은 나방이 그려진 이 마스크는 사람이 숨을 쉬거나 말을 하면 나방이 날갯짓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 장에 15유로(약 2만1000원)로, 수익금은 멕시코 길거리에서 코로나에 무방비로 노출된 구두 수선공이나 환경미화원, 노점상들이 쓸 마스크를 만드는 데 쓰인다.

멕시코 유명 미디어아트 작가 카를로스 아모랄레스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의 요청으로 디자인한 일명 '나방이 살아 움직이는' 마스크. 이걸 쓴 사람이 숨을 쉬거나 말을 하면 나방의 날갯짓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초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기로 돼 있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전시가 잠정 중단됐다. 그러자 미술관 측은 아모랄레스에게 마스크 디자인을 의뢰, 수익금은 멕시코의 길거리 노동자들에게 줄 마스크를 만드는 데 쓰인다.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카를로스 아모랄레스의 '나방' 마스크]

렘브란트의 '모자를 쓴 자화상'을, 눈은 크게 키우고 입은 벌리게 해서 유머러스하게 만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의 마스크.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렘브란트 자화상' 마스크]

미국 텍스타일 아티스트 엘자 서덜랜드의 '잎사귀, 다이아몬드, 프리즘 텍스타일 디자인'을 각각 넣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의 3종 세트 마스크. 100% 면 소재로 라크마 온라인 스토어에서 42달러에 살 수 있다. /라크마 미술관

[라크마 텍스타일 마스크 3종 세트]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만든 '사이키델릭' 마스크.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