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우호에 기여한 사람에 주는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코리아소사이어티

“중국이 K팝 거인에게 패배했다.”

2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오피니언 란에 실린 칼럼의 제목이다. 칼럼 필자는 타임아웃 홍콩 등에서 편집장으로 근무했던 아서 탐. 방탄소년단(BTS)의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에 문제가 있다고 중국 관영 매체가 지적했다가 벌어진 소동에 대해 논평한 것이다.

탐은 WP에 “BTS가 수상한 밴 플리트 상은 한·미 간 우호 증진을 위해 노력한 인물이나 단체에게 주는 것”이라며 “모든 면에서 무해한 외교적 행사였다”고 썼다.

탐은 “RM(BTS 리더)의 수상 소감을 놓고 중국의 선전매체가 웨이보와 위챗, 트위터에 가짜 뉴스를 쏟아내고, 중국의 민족주의를 자극했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길 수 없는 적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했다.

RM은 수상 소감에서 한국전쟁 70주년과 관련,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 및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했고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이를 물고 늘어지는 기사를 내보냈었다.

탐은 “한국에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되면서 한·중 관계는 줄곧 경색돼 왔다”며 “중국은 BTS를 공격해 한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고 정치적 위상을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베이징(중국)은 매우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내렸다”며 “전 세계적으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국의 이미지는 계속해서 타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BTS 때리기’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근거로는 BTS 팬클럽 ‘아미’의 중국 의존도가 낮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아미는 인종·성별·신념·연령·성적지향·국적을 초월해 두텁게 형성돼 있고, 아미 가운데 적어도 수백만은 중국인이라고 탐은 지적했다. 탐은 “사드로 인해 중국 정부가 한국 상품에 대한 금수 조치를 취했을 때, 방탄소년단의 중국 내 음악·홍보 활동도 중단됐다”며 “그럼에도 중국 팬들은 대리 구매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앨범 22만장을 사들였다”고 했다. 탐은 중국 팬들이 멤버 뷔의 생일을 맞아 93만5000달러(약 10억원)의 자선기금을 모아 기부했다고 부연했다.

탐은 “중국 정부는 K팝을 과소평가했고, 팬들이 얼마나 열정적인지에 대한 판단도 잘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미지를 신경 쓴다면 한국에게서 몇 가지 배울 것도 있다”며 “한국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창조산업을 육성해왔다. 문화, 패션, 음악, 예술 등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이해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