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오래 한 사람의 뇌는 공부를 갓 시작한 사람 뇌와 어떻게 다를까?

어느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어 공부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구분점을 찾아내는 능력이 생긴다. 미술 전문가는 미묘한 색의 차이를 일반인보다 훨씬 잘 감지하고, 요리 전문가는 같은 재료의 다양한 맛과 향을 더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다. 바둑·체스 전문가는 같은 수를 보고도 그다음에 올 더 많은 수가 보인다. 공부를 지속할수록 뇌 안에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겨나는 것이다. 과학, 즉 ‘science’의 어원도 앎을 뜻하는 라틴어 ‘scientia’인데, 이는 ‘나누고, 구분한다’는 의미의 ‘scindere’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인간은 공부를 계속할수록 ‘내가 알고 있는 사실(Known known)’과 ‘모르는 사실(Known unknown)’을 더 잘 구분하게 된다. 그리고 인공지능 역시 학습을 지속할수록 이러한 구분을 배운다. 무엇이 사과이고, 무엇이 배인지, 무엇이 강아지고, 무엇이 고양이인지, 인공지능 역시 데이터의 학습량이 많을수록 정교하게 구분해내는 능력이 생긴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인공지능이 아직 하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던 사실(Unknown unknown)’을 깨닫는 일이다.

카이스트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장인 이상완 교수의 책 ‘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솔)는 바로 이 질문에서 책을 시작한다.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문제들은 어떤 것인가? 그리고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가?

이 책의 특별함은 저자가 인간 시점이 아니라 인공지능 시점에서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묘사하는 데 있다. 딥러닝, 강화 학습의 기저에서 돌아가는 수많은 알고리즘과 신경망의 원리를, 그리고 시간과 공간, 기억과 추상화, 미래 예측과 의사 결정을 인공지능은 어떻게 구조화하는지 어려울 법한 내용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따라가며 우리는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의 근본적 생각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 몸소 체험하게 된다. 뇌과학자는 인공지능을 모르고, 인공지능 엔지니어는 뇌를 모르기에 답하기 어려웠던 많은 부분을 그는 양쪽 입장에서 쉽게 비교하고 풀어서 설명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독자는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의 구분점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장동선 뇌과학자·궁금한뇌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