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chatGPT)에 놀랐다. 질문을 마치지 않고 실수로 입력 키를 눌렀는데 내 질문을 유추해서 거기에 대한 답을 했다. 출생의 비밀과 삼각관계 불치병이 담긴 한국형 막장 드라마 대본을 뚝딱 써냈다.”한국 뇌과학자 김대식 KAIST 교수는 27일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동아시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책은 그가 지난달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와 영어로 나눈 사랑, 정의, 죽음, 인류의 미래 등에 대한 대화를 번역해 담은 것. 질문에 따라 달리 반응하는 챗GPT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취지로 김 교수의 ‘입력 실수’와 그에 따른 반응도 그대로 실렸다.

오픈AI 공식 블로그의 챗GPT 소개 페이지. (오픈 AI 블로그 갈무리)/뉴스1

그는 “처음엔 챗GPT가 사랑, 정의, 죽음 같은 추상적 질문에 노회한 정치인처럼 공자님 말씀만 해서 ‘이거 책 못 내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인류의 미래를 물었더니 “유토피아적 미래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다 있다” “인류의 방향은 우리가 오늘 내리는 결정에 의해 정해진다” 같은 다소 김빠지는 답을 내놓았다.

반전은 AI에게 자신이 ‘31세기 인공지능’이라고 가정하라고 한 이후에 찾아왔다. ‘가정일 뿐’이라는 단서를 계속 달았지만 재미없는 모범생에서 다소 벗어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 ‘인류를 돕겠다’는 말만 하던 챗GPT가 미래 AI에 빙의해 답하자 디스토피아 시나리오로 ‘AI 사용 증가로 인류는 자율성과 자유를 상실하게 됐다’는 대답까지 했다. 인간의 천국에 대응하는 ‘기계 천국’(최적 성능, 최대 효율 상태) 같은 사후 세계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챗GPT는 스스로 생각하는 강(强)인공지능은 아니지만, 미래에 나올 강인공지능이 인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티저(teaser)로 볼 수 있어 계속해서 질문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 책 서문은 챗GPT가 썼다. 서문은 김 교수의 요청에 따라 진화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도록 고쳐달라’ ‘챗GPT에 대한 기술적 설명을 담아달라’ ‘잠재적 독자에게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넣어달라’ 같은 요청에 따라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이 시대에 가장 심오한 질문을 탐색한다” “챗GPT는 트랜스포머 기반 신경망을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했다” 등의 내용이 추가로 들어갔다.

최근 챗GPT는 국내에서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대동여지도가 만들어진 1300년대 조선에서는 연금술사의 난이 있었다’ ‘신사임당 남편은 이순신’ 같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 챗GPT의 한국어 학습량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김 교수는 “챗GPT는 계산기로는 써먹을 수 없고, 비영어권 데이터가 부족해 사실관계 파악에는 취약하다”면서도 “논문이나 영문 자료를 입력하고 1~2장으로 요약해달라고 하면 기가 막힌 결과물이 나오고, ‘해리 포터’를 서울 배경으로 능숙하게 바꿔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르헤스의 단편 ‘바벨의 도서관’이 떠오른다고 했다. ‘절대 진실의 책’처럼 챗GPT의 부정확한 정보 사이에서도 제대로 된 결과물을 뽑아내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챗GPT로 인해 교수, 작가, 언론인 같은 직업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챗GPT를 잘 쓰는 사람은 이를 활용한 압도적인 생산성을 바탕으로 경쟁 우위에 설 것”이라고 했다.

김대식 KAIST 교수

언어철학자 노엄 촘스키는 챗GPT가 ‘하이테크 표절기’라고 했다. 김 교수는 “사진 워터마크(저작권 표시를 위해 문서나 이미지 파일 위에 삽입하는 로고나 텍스트)처럼 기술적으로 챗GPT가 생성한 글인지 확인할 수 있는 표절 방지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보여 해결될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