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뇌

대니얼 샥터 지음|인물과 사상사|444쪽|2만3000원

있다고 생각한 자리에 물건이 없을 때, TV에서 본 유명인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을 때.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뇌가 기억을 도둑맞은 것만 같은 순간들이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런 순간들이 뇌가 본능처럼 반복하는 7가지 기억의 오류로 빚어진다고 말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옛 기억이 희미해지는 ‘소멸’, 갑자기 특정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막힘’, 없던 일을 일어났었다 믿는 ‘오귀인(誤歸因)’, 잘못된 정보 전달이 뇌에 각인된 ‘피암시성’, 가짜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기억이 바뀌는 ‘편향’, 낮의 실수를 잠자리에서 계속 되새기는 ‘지속성’ 등이다.

때때로 이게 질병은 아닐지 걱정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기억의 오작동 시스템은 오히려 건강한 정신을 지탱하려고 인간 뇌가 택한 진화 방식이었다고 말한다. 예컨대 우리가 트라우마를 극복할 때도 긍정적인 기억만 남기려는 ‘편향’의 오류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