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겸 작가. 약과 글을 짓는다. 약의 작용 원리를 쉽게 푼 교양서 ‘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를 펴냈고, 칼럼니스트로서 여러 언론 매체에 의료와 제약 분야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최근 한국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인력과 재정 관점에서 살펴본 ‘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북트리거)를 펴낸 그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 도움을 주는 논픽션’ 다섯 권을 추천했다.

라캉은 인간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봤다. 이를 뒤틀어 소규모 집단을 사회적으로 격리하고, 이들 모두가 동일한 목표만을 좇도록 하면 어떨까? 이것이 ‘심리 조작의 비밀’에서 제시하는 심리 기법인 ‘터널’이다. 저자는 파블로프의 개 실험부터 세뇌까지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여러 가지 틀을 제공한다. 터널에선 주변 시야가 차단되고, 출구 하나만이 아스라이 보인다. 터널 안에 갇힌 사람들은 출구로만 끝없이 달리지, 다른 길을 보지 못한다. 사이비 종교, 그리고 대입(大入) 심화반도 같은 구조다.

터널 구조의 문제점은 다른 가치관이 통용되는 터널 밖으로 내던져졌을 때 큰 반동을 겪는다는 점이다. 성실하게 공부만 하면 된다는 터널에 갇혀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온 의료인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학교라는 터널 밖은 철저한 경제 논리가 지배한다. 의사들이 외과 같은 돈 안 되는 진료과를 철저히 외면하는 건 ‘터널 탈출’의 일반적 반작용이지, 의사들 고유의 현상이 아니란 말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인생 설계의 시작점을 되짚어봐야만 한다.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무엇을 제공할 것이라고 속여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