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옆 도서관에서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빌렸습니다. 바람이 불고, 거리에 낙엽이 휘날리고, 시청 앞 광장에 차려진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 흰 국화를 손에 든 추모객들이 줄을 서 있었죠.

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1915~1980)는 어머니가 세상을 뜬 다음 날인 1977년 10월 26일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노트를 사등분해 만든 쪽지 위에 때론 잉크, 때론 연필로. 바르트가 책상 위 작은 상자에 모아두었던 이 쪽지들은 사후 책으로 엮여 세상에 나옵니다.

바르트는 어릴 때 아버지를 잃고 평생을 어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 밖에요. 어머니가 떠나고 사흘째 되던 날 그는 사람들이 건넨 위로의 말을 기록하며 이렇게 적습니다. “그러나 별로 반갑지 않은 위안들. 애도는, 우울은, 병과는 다른 것이다. 그들은 나를 무엇으로부터 낫게 하려는 걸까? 어떤 상태로, 어떤 삶으로 나를 다시 데려가려는 걸까?”

제과점에 들렀다 점원이 병석에 누운 ‘마망(엄마)’이 자주 말했던 단어를 쓰는 걸 듣자 눈물이 쏟아집니다. 침울한 무채색 옷만 입다가 ‘마망’이 보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 색깔 있는 목도리를 둘러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슬픔은 시시포스의 노동처럼 반복됩니다.

바르트는 극복하려 애쓰지 않습니다. “슬픔을 억지로 누르려 하지 말자”며 “누구나 자기만이 알고 있는 아픔의 리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이번 주 Books에 정신과 의사 하지현 건국대 교수가 소개한 고통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룬 책 내용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비통한 한 주였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지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