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아람 Books 팀장

도로 옆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풍경. 가운데 홈이 있는 은행잎을 가리켜 “둘로 나뉜 이 생동하는 잎은 본래 한몸인가 /아니면 서로 어우러진 두 존재를 /우리가 하나로 알고 있는 걸까”라고 노래한 이는 괴테였죠. 60대의 괴테는 서른다섯 살 연하의 여인 마리아네에게 이 시를 적어 보내 마음을 얻습니다. “이런 물음에 답을 찾다 /비로소 참뜻을 알게 됐으니 /그대 내 노래에서 느끼지 않았는가 /내가 하나이면서 또 둘인 것을.”

가을은 곧 다가올 죽음을 묵상하는 계절이라 고요하고, 잎새들은 저마다의 빛깔로 삶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시인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가을을 노래한 것은 명상적인 분위기에 취해서겠죠.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들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워주시고, /벌판에는 바람들을 풀어놓아주십시오”라고 읊은 시인은 릴케입니다.

릴케는 가을을 주제로 한 또 다른 시를 “잎이 지고 있다. 지고 있다 멀리에서부터인 듯 /겹겹 하늘 속 먼 동산들이 다 시들기라도 한 듯 /잎이 지고 있다 거부하는 몸짓으로”라고 시작합니다. 이 시에서 그는 “밤이면 무거운 지구가 떨어진다 /모든 별을 떠나 고독 속으로”라며 ‘떨어지는 계절’로 가을을 묘사하는데요. 릴케는 독일 시인이지만, 이 시를 읽다 보면 왜 가을을 영어로 ‘fall(떨어진다)’이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릴케는 이어 노래합니다. “우리 모두가 떨어지고 있다. 여기 이 손이 떨어지고 있다. /다른 손을 보아라. 모든 것 가운데 떨어짐이 있다. //그렇지만 한 이가 있어, 이 떨어짐을 /무한히 부드럽게 그 두 손 안에 받는다.” 빛이 이우는 계절, 모든 떨어지는 것을 두 손으로 감싸안는 그 한 사람은 누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