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구의 사회사

이기웅·김경연·김미나 지음 | 연립서가 | 344쪽 | 2만5000원

1953년 전쟁통, 국회의장 신익희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란 간 유명 표구사(表具師)를 급히 찾아갔다. 그해 5월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에 축하 사절로 참석할 예정이었던 그가 선물로 준비한 여왕의 초상화를 표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당 김은호 화백의 작품이었다. 결국 표구사 여월현의 손으로 마무리한 초상화를 들고 신익희는 대관식에 참석했다. 표구가 작품의 중요한 일부임을 보여주는 일화다.

표구의 사전적 의미는 종이나 비단에 그린 작품의 가장자리와 뒷면을 튼튼하게 보강하는 일이다. 이 책은 표구를 통해 본 미술사다. 미술사학자(김경연), 인사동 표구계의 전설(이기웅),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김미나)가 표구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다뤘다.

‘표구’라는 단어는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건너왔다. 1960년대 아파트의 등장으로 장식용 그림 수요가 급증하면서 표구업이 호황을 누리는 등 시대상과 맞물린 표구의 부침이 생생히 그려진다. 표구가 그림의 프레임을 넘어 사회를 보는 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