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 | 프라우케 피셔·힐케 오버한스베르크 지음 | 추미란 옮김 | 북트리거 | 292쪽 | 1만8000원

모기를 집중 해부한 책은 아니다. 생물학자와 경제학자가 다양한 생물 종이 얼마나 촘촘히 연결됐는지, 인간이 그 연결 고리를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 그 피해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인지 다룬다. 도발적 제목은 인간의 이기적 시선을 꼬집는 장치. 인간은 지구를 공유하는 생물 800만여 종 중 하나일 뿐인데,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지적한다.

모기는 ‘생물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극적 사례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꽃은 무척 작다. 유일한 수분자(受粉者·꽃가루 매개자)는 3mm 남짓한 좀모기과. 이들이 사라지면 인간은 초콜릿을 못 먹는 셈이다. 그런데 환경 파괴 등으로 전체 곤충 40% 정도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기발한 비유가 읽는 맛을 돋운다. 인간은 ‘생태계 종합 돌봄 서비스의 수혜자’이며, 자연은 ‘천연 정수기’ ‘야생 약국’이다. 모기가 보이면 꼭 잡아야 잠드는 사람일지라도, 이 책을 보면 생각이 조금 바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