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볼 수 없는 책

장유승 지음 | 파이돈 | 344쪽 | 1만7000원

조선 시대 과거 시험 장원급제자들의 답안은 어땠을까. 세종 연간인 1426년 과거 시험에선 여진족의 침입 때 함경도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물어봤다. “인(仁)을 지키면서 의(義)를 따라야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가 바로 서고 변방을 방비하는 방법을 얻습니다.” 장원을 차지한 황보량(皇甫良)의 답. 국방 대책을 물었는데, 유학 경전 구절을 인용한 답이 수석을 차지했다. 이를 통해 조선이 원한 인재상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는 국립중앙도서관에 보관된 귀중본 중 하나인 ‘동국장원책(東國壯元策)’에 실린 사례 중 하나다. 여기엔 조선 전기 과거 시험에서 장원을 차지한 25명의 답안지가 담겨 있다.

한문학자이자 단국대 교수인 저자는 9년 전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을 써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엔 학자들에게도 열람을 잘 허락하지 않는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조선 시대 귀중본 26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금강산 여행을 떠나는 두 청년 이야기인 ‘금강록(金剛錄)’,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한 제사 절차를 소개한 ‘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預修十王生七齋儀纂要)’ 같은 고서를 통해 조선 사람들의 의식 세계를 미세하게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