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공정이란 무엇인가|김범수 지음|아카넷|272쪽|1만6000원

‘공정’은 지난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최근 한국에서 무수히 오·남용된 단어다. 서울대 교수인 저자는 “한국 사회에 맞는 공정의 조건을 찾아야 한다”며 정의론 석학 7명의 논리를 국내 이슈와 결합해 풀어낸다. 롤스(Rawls)에 따르면 코로나 지원금과 관련한 선별적 복지는 정당하다. 취약 계층(최소 수혜자)을 위한 불평등은 공정하다는 게 그의 논리다. 여성 할당제는 공정한가. 영(Young)은 그렇다고 한다. “분배 측면에서 불공정하지만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억압을 약화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정의롭다.”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과 달리 대입 정시 모집 확대와 외국인 재난지원금 같은 피부에 와 닿는 국내 사례를 제시해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저자는 공정이란 단 하나의 윤리적 기준이 아닌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공정함은 흑백이 아니라 스펙트럼이라는 것이다. 요술 방망이처럼 ‘공정’을 휘두르는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