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책 '꽃들의 말'./오후의 소묘

“작약이여, 너의 오만함은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구나.”(G.W. 게스만, ‘꽃의 언어’, 1899)

휴가 때 쉬엄쉬엄 읽고픈 그림책 ‘꽃들의 말’(오후의 소묘)을 넘기다가 이 문장을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탐스럽고 화려해 오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작약의 꽃말은 의외로 ‘수줍음’ ‘정이 깊어 떠나지 못함’이랍니다. ‘꽃들의 말’에 등장하는 소녀 셀마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돼 마음이 얼어붙은 인물. 이웃 청년 귀나르의 구애를 거절하다가 마침내 그를 잃게 되었을 때 후회에 가득 차 핏빛 작약꽃 위로 쓰러져 삶이 꺼질 때까지 울고, 또 울지요.

‘꽃들의 말’은 프랑스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 장프랑수아 샤바가 튤립(영원한 사랑, 헛된 사랑), 흰 패랭이꽃(우정), 작약의 꽃말에 영감을 얻어 쓴 이야기 세 편에 2018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요안나 콘세이요가 그림을 그린 책입니다. 가로 18.8㎝, 세로 35.8㎝의 큰 판형, 섬세한 꽃 그림, 낡은 신문을 떠올리게 하는 질감의 종이 등 아름다운 만듦새가 화제가 되며 나온 지 2주 만에 초판 2000부를 소화하고 중쇄를 찍었습니다. 4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샀다고 하네요. 교양서 편집자 출신인 서지우 대표가 2019년 차린 출판사 ‘오후의 소묘’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중점적으로 내고 있습니다.

어느덧 7월, 작약은 지고 주황색 능소화가 꽃잎을 활짝 열었습니다. 능소화 필 무렵이면 항상 ‘휴가철이군’ 생각하는데, 어른들은 “능소화 피면 장마 온다” 하시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주말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네요. 꽃이 전하는 말의 영험함이 신비롭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