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앨런·존 매컴버 지음|이현주 옮김|머스트리드북|408쪽|1만8000원

미세 먼지와 초미세 먼지로 공기 질이 나쁜 날 기상캐스터들은 이렇게 말한다. “노약자는 바깥 출입을 자제하세요.” 건물 안은 바깥보다 공기가 깨끗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현대 도시인은 하루의 90%를 실내에서 보낸다. 코로나로 실내 체류 시간이 더 늘어난 지금 과연 실내는 얼마나 안전할까.

조지프 앨런 하버드공중보건대학원 교수와 존 매컴버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간단한 계산을 해봤다. 인간은 시간당 약 1000번 호흡하며 하루 동안 15㎥의 공기를 들이마신다. 대다수 도시인은 하루에 90% 이상을 실내에서 생활한다. 일반적인 건물 내부의 미세 먼지 농도는 바깥의 절반 정도다. 사람은 실내에서 하루 24시간 중 21.6시간을 생활한다. 이를 고려하면 사람이 하루에 들이마시는 대기 오염물질은 건물 외부보다 내부에서 4.5배 많다.

그나마 위 계산은 실내 오염 요인이 없다는 가정에서 나온 것. 실제 실내에서 들이마시는 오염물질은 4.5배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환경보호국 추정에 따르면 일부 오염물질은 실내 농도가 실외보다 10배 이상에 달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더러운 바깥 공기 차단을 위해 환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물 자재 등에서 나온 오염물질은 누적된다. 공기가 답답하다고 냄새 제거 스프레이까지 뿌리면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오존과 반응해 먼지 입자를 만든다. 향초를 태울 때도 먼지 입자가 배출된다.

하버드보건대학원 교수인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사람은 대기오염 물질 대부분을 실내에서 들이마시게 된다. 건물 안에 있는 시간이 하루의 90%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내 환경을 개선하면 건강도, 업무 생산성도 잡을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생각했던 건물이 사실은 우리를 병들게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미국인은 몇몇 고래 종들이 물속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건물 안에서 보낸다.” 인류는 수천 년에 걸쳐 실외가 아닌 실내에서 생활하는 종으로 진화했지만 생활 환경에 대한 인식은 아직 뒤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지적이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환경 개선법 자체는 특별히 새롭지 않다. 사무실 공기 질을 예로 들면 좋은 미세 먼지 제거 필터가 장착된 공조 시스템을 이용해 자주 환기, 실시간 이산화탄소 농도 점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들어 있지 않거나 적은 건축재 활용, 화학 성분으로 향기를 내는 세제나 향초는 실내에서 쓰지 않는 것, 공기청정기 활용 등이다.

새로운 것은 이를 설득하는 저자들의 접근법이다.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건물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합리적인 투자’라고 이들은 말한다. 실내 환경이 건강해야 돈을 더 번다고 ‘당근’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높은 환기율은 2~10%에 이르는 순이익 증가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건물주나 사업주의 양심이나 선의에 기대지 않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보통 건물 관리자는 퇴근 시간이 지나면 공조장치를 끈다. 사람이 없는데 전기료를 내며 환기를 하는 건 낭비라는 판단에서다. 공조장치가 꺼지면 건물 내부 기압이 외부보다 낮아진다. 그 결과 외부 공기가 건물에 있는 여러 틈새를 통해 유입된다. 바깥 공기 질이 나쁜 상태였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퇴근 전에는 먼지가 없었는데 다음 날 출근하자 책상에 먼지가 내려앉아 있다면 이 때문일 공산이 크다. 이 경우에는 공조장치를 24시간 가동하는 것이 낫다. 실내 공기가 맑아지고 오염물질이 덜 유입되면 회사에서 병에 걸릴 가능성도 작아진다. 자연스럽게 업무 효율이 올라가 성과가 더 잘 나올 수 있다.

환기를 자주 하면 냉방비와 난방비가 더 나올 수밖에 없으니 사업주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저자들은 환기가 인지능력을 상승시킨다는 통계도 제시한다. 이어 비행기 사례를 들어 부연한다. 비행기를 타면 졸린 이유는 나쁜 공기 질(높은 이산화탄소 농도) 때문이다. 기내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륙 직전 최고 2500ppm까지 올라간다. 미국 허용치보다 2.5배 높은 수치다. “대낮에 비행기를 타도 바로 졸린 이유다.” 비행기같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사무실에서는 효율적으로 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미국 주요 기업은 저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받아들이는 추세다. 애플이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지은 신사옥은 실시간으로 공기 질을 점검한다. 각 방에 설치된 배관을 통해 ‘공기 냄새를 맡는’다고 저자는 묘사한다. 이렇게 건물 전체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수치를 관리한다. 구글 역시 실내 공기 질 개선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유수 제약사 화이자, JP모건체이스, 캐리어 등도 건물 안에서 일하는 직원의 건강에 초점을 맞춘 ‘건강한 건물’에 입주했거나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