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거부자들

조나단 M. 버만 지음|전방욱 옮김|이상북스|336쪽|1만8000원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 20일 “60~74세 고령층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률이 50%를 넘겼다”며 “백신 접종을 통한 일상 회복이 참여율 저조로 인하여 늦춰지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대로는 집단면역을 위한 백신 접종 목표치 75~80%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백신 접종 신뢰도가 높은 국가지만 지난해 독감 백신 상온 노출과 코로나 백신 부작용 보도 등으로 백신 접종을 꺼리는 사람도 늘고 있다. 사실 건강한 몸에 뭔가를 집어넣는 행위는 마음이 편치 않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음모론을 믿으며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도 생긴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이들 소수의 주장을 확대 전파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지금도 코로나 백신 접종을 거부한다는 거리 시위가 열린다.

미국 의대 교수이자 과학커뮤니케이터인 저자가 낸 이 책은 ‘백신 거부자들’의 음모론을 보기 좋게 깨부순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 백신은 대형 제약사가 돈을 벌려고 꾸민 음모다. 백신은 자폐증을 일으킨다. 백신에는 알루미늄과 수은이 들어 있어 유해하다. 정말일까.

먼저 음모론의 핵심 ‘누가 이득을 보는가’라는 질문부터. 정말 대형 제약사가 백신으로 떼돈을 벌고 있을까. 제약사들은 연간 매출 1조달러(약 1100조원)를 올리는데 백신 관련 매출은 200억달러로 2%에 불과하다. 백신 연구·개발 비용과 생산비를 하면 순이익은 이보다도 줄어든다. 저자는 결정적으로 제약사 입장에서는 백신이 없어 감염병이 유행하면 각종 의약품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더 큰 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로이터 연합뉴스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1998년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시작했다. 영국 아이 120명이 홍역 백신 접종 이후 자폐 증상을 보였다는 주장이었다. 이 논문은 2010년 철회됐다. 자폐증 증상이 전혀 없거나, 다른 질병을 앓는 아이들도 자폐라고 자료를 조작한 논문이었다. 웨이크필드는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다. 그렇지만 웨이크필드는 2016년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만들며 음모론을 계속 부채질했다.

일부 백신에는 알루미늄이 들어간다. 면역력을 강화하는 성분이다. 백신 거부자들은 중금속이니 몸에 나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유(母乳)에도, 아기들이 먹는 분유에도, 이유식에도 알루미늄 성분이 들어간다. “이유식 1리터에 포함된 알루미늄양은 백신 1회 투여량에 들어 있는 양과 비슷하다. 6개월 동안 콩 분유를 먹는 유아는 생후 6개월 동안 백신 20회분의 알루미늄을 섭취하지만 몸 밖으로 배출해낸다.” 백신에서 잡균이 생기지 않도록 넣은 ‘티메로살’에 수은이 포함돼 유해하다는 주장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심지어 이 성분은 2000년대 들어 백신에서 아예 빠졌다. 즉 백신 접종을 반대할 과학적 근거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백신 반대는 19세기부터 유구한 전통을 가진 행위다. 최초의 백신 거부자로 역사에 기록된 영국의 존 깁스는 1854년 펴낸 소책자에서 “천연두 백신의 의무 접종은 의료 거래를 유리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대중을 자신의 건강을 위한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어리석은 존재로 취급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 백신 거부자들의 논리와 유사하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 ‘내 몸’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 같다는 데서 오는 거부감, 대형 제약사에 대한 의심 등이 모두 드러난다. 과거 소책자로 백신 거부를 주장했던 사람들은 현대에는 ‘대안적 진실’을 소셜미디어로 전파한다.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며 백신 거부 운동은 더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00년 홍역 퇴치를 선언한 미국에서는 2019년 1000명이 넘는 홍역 확진자가 나오면서 ‘퇴치 이후 최다 발병’ 기록을 세웠다.

백신 거부는 ‘멍청한 사람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흥미롭다. 미국 캘리포니아 백신 거부자를 분석한 결과 사립학교에 다닐수록, 가계 소득이 높을수록, 백인이 많이 사는 동네일수록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이 많았다. 못사는 유색인종이 아니라 ‘나는 깐깐한 부모’라고 생각하는 중산층 이상 백인들이 비과학적인 정보를 신뢰하며 백신을 거부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백신에 있어서는 간디도 틀렸다. 그는 1921년 “백신 접종은 미개한 행위고, 우리 시대의 모든 망상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30년 천연두로 인도 아이들이 목숨을 잃자 입장을 바꿨다. “어린이들이 작은 꽃봉오리처럼 사라지고 있다. 나는 그들의 부모에게 백신을 접종받지 말라고 했다. 나의 무지와 고집의 결과일 수 있다.” 과학을 믿지 않다가 더 큰 비용을 낼 것인가 묻는 책이다. 참고로 코로나 백신에는 알루미늄과 수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