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시작한 거 딱, 100일만 달려볼게요’(설렘), ‘오늘부터 달리기를 합니다’(한빛 라이프), ‘달리기의 과학’(사이언스북스)….

봄, 서점가엔 ‘달리기’ 책이 피치를 올리는 중. 교보문고에 따르면 ‘달리기’나 ‘러닝’이 제목에 포함된 책 숫자는 2018년 5권, 2019년 11권에서 지난해 20권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해도 넉 달이 채 안 되는 사이에 다섯 권이 나왔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2019년 무렵부터 러닝 앱이 유행하고 동호회와 러닝 대회가 늘어나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달리기가 활성화됐다. 코로나 영향으로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 각광받는 것도 달리기 책 유행의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이들 사이에 러닝앱이 유행하고 코로나 여파로 혼자 하는 운동이 각광받으며 달리기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큰 사진은‘아무튼, 달리기’표지 일러스트. /ⓒ 함주해

다른 헬스트레이닝 책과 달리 체력 단련뿐 아니라 마음 수양법도 안내하는 것이 달리기 책의 특징. 달리기가 걷기와 마찬가지로 움직이는 ‘명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책이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등이 쓴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샘터사). 2019년 7월 출간 이래 5000부 팔렸다. 현미나 샘터사 과장은 “달리기가 ‘몰입’을 경험하게 해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게 한다고 말하는 지점이 독자들에게 소구했다”고 했다.

무명 저자의 첫 책인데도 출간 직후 중쇄를 찍은 김성우씨의 ‘마인드풀 러닝’(노사이드)은 방황하던 20대 청년이 ‘세상에서 가장 잘 달리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케냐로 달리기를 배우러 간 경험을 적었다. ‘빠르게 잘 달리는 법’을 알고 싶었던 저자는 ‘빠름’은 ‘잘’ 달릴 때 절로 이루어진다는 깨달음을 얻고 돌아온다. 정지원 노사이드 대표는 “‘기술'을 추구하다 ‘태도’를 얻은 이야기에 밀레니얼 독자들이 공감했다. 보통 스포츠 관련 책은 남성 구매 비율이 높은데 달리기책은 남녀가 고루 본다”고 했다.

브랜드 마케터 김상민씨가 쓴 ‘아무튼, 달리기’(위고)도 출간 두 달 만에 중쇄를 찍었다. 저자는 “아침 달리기가 활기 넘치는 바깥세상과의 만남이라면 밤의 뜀박질은 텅 빈 길 위에서 스스로와 나누는 깊은 대화다”라고 적었다. 이재현 위고 대표는 “투고를 받았는데 ‘자기 몸만 가지고 달리는 운동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가 매혹적이었고 ‘달리기’가 번영할 키워드라 생각해 계약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9년 10월 낸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21세기북스)도 9000부 팔린 베스트셀러다. 안 대표는 베를린 마라톤 풀 코스 등을 완주한 ‘러너’. “오직 나의 의지와 나의 두 다리가 나를 어느 곳으로든 데려다줄 것이다”라고 썼다.

‘달리기’ 분야 공전의 베스트셀러는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문학사상)다. 2009년 국내 출간 이후 31쇄를 찍었다. 에세이 주 독자층인 30~40대 여성은 물론이고 40~50대 남성에게도 사랑받았다. 하루키는 말한다. “달리기에 대해 정직하게 쓴다는 것은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정직하게 쓰는 일이기도 했다.” 곽아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