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이경식 옮김|부키|600쪽|2만2000원

온 힘을 다해 돈·명성·권력을 얻어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분들에겐 한심하고 무력(無力)한 얘기일 수 있다. 600쪽 책의 결론은 간단히 요약된다. 삶이란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며,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길은 “우리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서 나 아닌 타인을 돌볼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찾아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헌신하는 쪽으로 자기 존재를 확장하는 것”(560쪽)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59)는 앞서 낸 책 ‘인간의 품격’ ‘소셜 애니멀’ ‘보보스’ 등을 통해 우리 독서계에도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다. 겸손과 절제의 가치를 설파한 전작(前作) ‘인간의 품격’은 10만부 넘게 팔렸다.

이번 책에선 인생을 두 개의 산에 오르는 일에 비유한다. 첫 번째 산이 자아를 세우고 무언가를 획득하는 세계라면, 두 번째 산은 자기를 내려놓고 무언가를 남에게 주는 헌신의 과정이다. 첫 번째 산이 계층 상승과 엘리트적인 것이라면, 두 번째 산은 사람들과 손잡고 나란히 걷는 평등한 삶이다.

첫 번째 산이 의미 없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두 산의 균형이 무너져 건강하지 못한 사회로 떨어졌다고 진단한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는 개인이라는 차원으로 너무 많이 치우쳐왔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다시 균형을 잡아서 사람들로 하여금 관계와 공동체와 헌신을 향해 나아가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문화를 건설하는 것이다”(24쪽). 1960년대 이후 공동체 정신을 잃어버리고 개인주의가 온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주의에 지나치게 치우치면 개인의 삶은 오히려 팍팍해진다. 서로 돕고 함께하는 삶이 진정한 기쁨을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네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자살과 약물 과용 등 ‘절망의 죽음’이 급증하고 있다. 1999년 이후 미국의 자살률은 30% 늘었다. 10~17세 청소년 인구의 자살률은 2006년부터 10년간 무려 70%가 늘었다. 해마다 4만50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주요 요인은 외로움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2018년 미국인의 평균 수명이 3년 연속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회에서 평균 수명이 줄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평균 수명이 줄어든 때는 제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이 겹쳐 67만5000명이 죽었던 1915~1918년 시기뿐이었다.

개인주의는 불신 사회를 키운다. 1940~1950년대 조사에서 미국인은 60%가 이웃을 신뢰한다고 답했지만 지금은 32%로 떨어졌다. 1980~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에선 이 비율이 18%로 추락했다. 이웃을 불신하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면서 인종과 진영 같은 자기 집단 이익에만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부족주의’에 쉽게 빠진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외로움은 테러의 기반”이라고 했다.

저자는 개인의 행복, 독립성, 자율성이라는 허울 좋은 가치를 추구하는 첫 번째 산을 넘어 도덕적 기쁨, 상호 의존성, 관계성을 회복하는 두 번째 산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 산 정상에 올라 성공을 맛본 사람도 ‘이게 내가 바라던 전부인가?’ 회의를 갖는 때가 반드시 온다. 시련과 실패를 겪고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여기는 이들은 더 많다. 그러나 나락으로 여겼던 계곡은 자기 발전과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개인주의를 넘어 관계주의로 나아가는 길이다. “관계주의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중간 방식이다. 관계주의자는 다채로운 방식으로 헌신을 수행하는 사람들, 서로 묶여 있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람들로 구성된 이웃, 국가, 세계를 건설하려고 한다”(566쪽).

타인에 대한 배려와 헌신은 참 좋은 말이지만, 악다구니 쓰며 제 이익 챙겨야 똑똑하다고 여기는 세상에서 그런 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두 번째 산에 있는 사람들은 늘 감사와 희망을 가지고 살기에 기쁨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 인간에게는 포착하기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 이기심보다 한층 더 강력한 동기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각자에게 던져야 할 핵심 질문은 ‘나는 올바른 것들을 올바른 방식으로 사랑하도록 나의 감정을 잘 교육시켰는가?’이다”(568쪽). 원제: The Second Mount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