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듀오 드리프트가 제작한 설치작 '연약한 미래'. 각 전시 공간에 맞는 가변성을 위해 '민들레 전구'는 사방이 뚫린 정육면체의 황동틀에 고정돼있다. /현대카드

날아간 꽃씨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미래는 연약하다. 기약할 수 없는 결과를 위해 꽃을 틔우는 식물의 얼굴은 그러나 찬란하다.

어둠 속에서 ‘연약한 미래’가 빛나고 있다. 지난 봄 암스테르담 전역에서 민들레 1만5000송이를 채취해 자연 건조한 뒤, 갓털 하나하나를 핀셋으로 떼 1만5000개의 둥근 LED 전구에 다시 붙여낸 설치작품이다. 자연이자 인공이다. 자연과 과학의 결합에 기반한 작품을 선보이는 네덜란드 2인조 설치미술가 ‘드리프트’(DRIFT)의 대표작. 불안한 미래가 아름답기 위해서는 자연과 기술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은유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새 땅을 향해 먼 하늘을 날아가는 씨앗의 성질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 미래는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내년 4월 16일까지 불을 밝힌다.

SF 애독자 랄프 나우타(44)와 자연주의자 로네케 홀다인(42)이 2007년 결성한 이 팀은 공중에 떠서 회전하는 콘크리트 기둥(‘Drifter’), 아이폰·신라면 등 유명 공산품을 성분으로 재구성한 큐브(‘Materialism’) 등으로 “우리 주변의 사물과 지구의 관계”를 시각화하며 명성을 얻었다. “첨단 기술이나 철학 이론을 활용하긴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느낌’이다. 이건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전제다. 느낌 없이 어떤 미술 전시도 가능하지 않다.” 자세히 보면 각 전구색이 미묘하게 다르다. “민들레꽃이 그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