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의 그림이 2018년 경매 낙찰과 동시에 파쇄되고 있다. /조선일보DB

2018년 10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 그림 한 점이 당시 약 15억원에 낙찰됐다. 경매사가 망치를 ‘땅’ 내리치자마자, 액자 안에 있던 캔버스가 밑으로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절반이 세절(細切)됐다. 미술계를 일순 경악케 한 일대 사건이었다.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뱅크시(Banksy)의 문제적 작품 ‘풍선과 소녀’가 다시 경매에 오른다. 3일(현지 시각) 소더비 측은 “다음달 14일 경매에 해당 작품이 출품된다”고 밝혔다. 추정가는 400만~600만파운드(64억~96억원)로, 급격히 상승한 인지도 덕에 이전보다 최대 6배 오른 값에 팔려나갈 것으로 경매사 측은 예상했다. 이 파괴된 그림에 뱅크시는 ‘사랑은 쓰레기통에 있다’라는 새 제목을 붙였다.

당시 ‘그림 자폭’은 뱅크시가 직접 꾸민 일이었다. 액자 내부에 철제 파쇄기를 설치한 뒤, 경매 현장에 잠입해 리모컨을 통해 기계를 원격 작동시킨 것이다. 이 과정을 촬영한 1분짜리 영상이 경매 이틀 뒤 뱅크시 본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영상과 함께 뱅크시는 “파괴의 충동은 곧 창조의 충동”이라는 피카소의 발언을 인용문으로 남기기도 했다. 소더비 근현대미술 부문 책임자 알렉스 브랜식은 “이 그림은 21세기의 가장 화려한 예술적 사건에서 탄생했다”며 “최근 현대미술사(史)의 진정한 아이콘”이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