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열린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외부 전경. 예술감독 선발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불거져, 심사 절차가 전면 재시작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선정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불거져, 최종 결과를 뒤집고 심사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관 운영을 주관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일부 선정위원과 심사 대상자 간 심사 제척(除斥) 사유가 확인됐다”며 “해당 선정위원을 배제한 후 재심의를 진행키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본지 취재 결과, 1차 서류 과정을 거쳐 2차 면접 대상에 오른 후보자에 대해 “특정 선정위원과 친분이 깊은 사이”라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촉발됐다. 문예위는 항의를 받아들였고, 결국 기존 응모자 12명을 대상으로 1·2차 심사를 다시 열기로 결정했다. 이번 논란으로 심사 제외된 선정위원은 직전 한국관 감독이었다.

예술감독 선정위원은 7명으로, 서울시립미술관장 등 외부 전문가 5명과 당연직(문화체육관광부·문예위 직원) 2명으로 구성됐다. 논란이 빚어지자 문예위는 선정위원을 새로 구성하는 대신 위원 1명만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설명이지만, 임시 방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예위는 “다음 주 서류 심사를 재개해 23일 전에 최종 선정자를 다시 내겠다”고 했다.

내년 4월 개최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비엔날레는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가장 저명한 국제 미술 행사다. 한국관 감독은 한국 미술의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일종의 국가대표 감독이지만, 선발 과정의 약점을 드러내면서 명예 실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예위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39)씨의 지원금 대상 선정 건으로도 구설에 오른 바 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검증 과정이 어설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