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특별전 전시장에 서윤희 화가의 대형 그림(210x800㎝)이 젖은 상태로 걸려있고, 그림을 말리기 위해 대형 선풍기 두대가 돌아가고 있다. 주최 측은“응급 조치를 진행한 것”이라 했고, 작가는“제습 장치 없이 선풍기 바람을 쏘여 훼손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작가 제공

“그림이 훼손됐다. 배상과 공개 사과를 요구한다.”

올해 9월 개막 예정인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주최 측이 참여 작가와 법적 분쟁에 휘말린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한국화가 서윤희(53)씨가 비엔날레 총감독과 전라남도문화재단·전시대행사 등에 대해 작품 훼손에 대한 책임을 물어 1억2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비엔날레 출범 2회째 만에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다. 서씨는 지난해 9월부터 한 달간 목포 일대에서 진행된 비엔날레 특별전 출품 회화(‘기억의 간격–벌랏II’)가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서씨는 전시 두 달 전 전시장으로 사용된 박석규미술관에 현장 답사 갔을 당시 “건물 벽면에 누수 흔적이 있었고 바닥에 물이 흥건히 고여있던” 장면을 확인했고 “설치 이틀 전 폭우의 영향으로 미술관에 누수가 발생해 작품이 훼손된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전시장에 항온·항습을 위한 제습기 운용 등의 조치조차 없었다”고 했다. 이 특별전은 코로나 사태로 본행사가 1년 연기되면서 마련된 것이다.

주최 측은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지만 빗물 누수에 의한 훼손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건수 총감독은 31일 본지 통화에서 “그림에 사용된 염료 성분이 습기를 빨아들여 그림이 젖은 것이지 누수와는 관련이 없다”며 “사과도 했고 배상 논의도 진행했으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법정으로 이어지게 됐고, 서씨는 이번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비엔날레 잇단 갈등

비엔날레가 잇단 내부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의 경우 노동조합 측이 재단 대표를 공개 비판하고, 국가인권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광주시 측에 조사를 의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노조는 지난달 27일 성명에서 대표이사의 “독단적 인사” 및 “친분 있는 작가를 선정해 거액의 공공기관 예산을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하고자 했다” 등의 주장과 함께 이를 “재단 사조직화”라 비판했다.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 축제이고, 김선정 대표는 베네치아비엔날레 심사위원 등을 지낸 한국 미술의 권위자로 분류되기에 미술계에 상당한 충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당시 본지 통화에서 “문제 될 일을 한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노조는 올해 광주비엔날레 폐막 직후인 지난 12일 “대표이사 즉시 직위 해제” 촉구 성명을 배포했고, 국민청원 게시글까지 올렸다. 노조 측 대변인 진재영 노무사는 “재단 내 정규직 노동자의 근로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며 “2일부터 광주지방노동청 조사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건물 앞에 최근 분란을 드러내는 현수막이 나붙어있다. /광주비엔날레 노동조합

비엔날레는 격년제 국제 미술 축제를 뜻하지만, 제주비엔날레는 2017년 첫 행사 이후 4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행사를 주관하는 제주도립미술관은 지난 1월 올해 비엔날레 취소를 결정했다. 코로나로 수차례 연기되다가 결국 취소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6월 예술감독이 “주관처의 행정 부실 및 자율성 침해”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는 등 내홍도 심각했다. 도 감사위는 12월 “행정 절차상 문제 없다”는 해석을 내놨지만, 잇단 분란으로 피로감이 커지며 폐지론까지 불거졌다. 미술관 관계자는 “재개냐 폐지냐를 놓고 도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6월 중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