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을 쏟아 미국 네바다주 사막을 무대로 만든 마이클 하이저의 대지 예술 '도시(City)'. 사진은 그 가운데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콘크리트 조각이다. © Michael Heizer. Courtesy Triple Aught Foundation. Photo: Ben Blackwell

여기는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복판. 축구장 270개 정도 되는 거대한 땅(길이 2.4km, 너비 800m)에 매끈하게 가꾼 둔덕이 펼쳐진다. 멕시코 테오티우아칸의 피라미드, 고대 이집트 유적을 떠올리는 삼각·사각 구조물이 펼쳐지는가 하면 SF 영화 ‘듄’의 모래 언덕을 연상시키는 풍경이 나타난다.

축구장 약 270개 넓이 땅에 조성한 마이클 하이저의 대지 예술 '도시(City)', 1970 – 2022. © Michael Heizer. Courtesy Triple Aught Foundation. Photo: Eric Piasecki

지난 2일(현지 시각) 일반에 공개된 예술가 마이클 하이저(78)의 기념비적 조각이다. 작품명 ‘도시(City)’. 장장 50여 년에 걸쳐 만든 세계 최대 규모 프로젝트다. 하이저는 1960년대 말부터 명성을 쌓아온 대지(大地) 예술가. 즉, 그에게 캔버스는 광활한 땅이다.

50년을 쏟아 미국 네바다주 사막을 무대로 만든 마이클 하이저의 대지 예술 '도시(City)'. © Michael Heizer. Courtesy Triple Aught Foundation. Photo: Ben Blackwell

“조각을 만든다면 보잉 747,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금문교와 경쟁하는 조각품 정도는 만들어야지 않겠나.” 이 호기로운 조각가는 아예 사막 위에 ‘도시’를 만들어 버렸다. 네바다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 하이저 가문은 19세기부터 이 지역에 살았다. 그는 “이 땅은 내 피에 서려 있다”고 말한다. 1970년부터 땅을 사들이고, 반세기 동안 지역의 흙·돌·콘크리트로 만든 작품을 채워 나갔다. 중장비를 동원해 흙을 파고 쌓는 행위조차 그에겐 작품이다. 4000만달러(약 553억원)가 들었고, 그중 절반은 사비로 충당했다.

마이클 하이저의 대지 예술 '도시(City)', 1970 – 2022. © Michael Heizer. Courtesy Triple Aught Foundation. Photo: Eric Piasecki

하이저의 아버지는 고고학자.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간 멕시코 유적 발굴 현장에서 도면을 그리기도 했다. 이런 영향으로 신대륙 발견 전 아메리카 대륙의 건축, 고대 도시 문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신이 해석한 ‘문명’을 사막 위에 만들어 놓았다. 이곳을 운영하는 ‘트리플 오트 재단(Triple Aught Foundation)’은 하우저의 작품을 “고대 제단을 떠올리는 건축이자 현대 도시의 중앙 허브를 암시한다”고 설명한다.

네바다주 사막을 무대로 만든 마이클 하이저의 대지 예술 '도시(City)', 1970 – 2022. © Michael Heizer. Courtesy Triple Aught Foundation. Photo: Eric Piasecki

괴짜 작가는 2016년 ‘뉴요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잉카, 올멕, 아스텍의 훌륭한 예술 작품은 모두 약탈당했다. 언젠가 내 ‘도시’ 조각품을 망가뜨리려 하는 사람들은 깨달을 것이다. 그냥 두는 것보다 부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걸.” 영구 예술을 위한 대가(大家)의 빅픽처인 걸까.

마이클 하이저의 대지 예술 '도시(City)', 1970 – 2022. © Michael Heizer. Courtesy Triple Aught Foundation. Photo: Eric Piasecki

이 거대 예술을 감상하려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올해는 11월 1일까지 지정된 날, 하루 단 6명만 사전 예약제로 받는다. 관람비는 150달러(약 20만원). 접근도 힘들다. 근처 네바다주 알라모에 집합하면 차량이 픽업해 데려간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도시’엔 조명도 없고, 휴대 전화도 안 터진다. 벤치조차 없다. 21세기 도시를 부정하는 ‘도시’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