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ton+Crow

4분. 초원 위의 마술쇼가 펼쳐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알루미늄 틀에 끼운 뾰족한 삼각형 유리판 10개가 서로 지탱하며 만든 넓이 141㎡ 구조물. 이 공간이 시간에 따라 변신한다. 이를 꼭 맞춰 빈틈없이 닫혔을 땐 보석, 꼭대기 부분이 차츰 열리면서 왕관, 완전히 펼쳤을 땐 활짝 핀 꽃 모양이 된다. ‘삼단 변신’ 하는 유리 온실. 마치 유리 꽃이 개화(開花)하는 과정 같다.

지난달 27일 영국 웨스트 석시스 지방의 울베딩 정원(Woolbeding Gardens)에서 공개된 온실 ‘글래스하우스(Glasshouse)’다. 특수 수압 메커니즘을 적용해 꽃이 피고 지듯 기온에 따라 유리 구조체가 열렸다 닫혔다 반복하는 구조다. 이 자체가 훌륭한 ‘키네틱 아트(kinetic art·움직이는 조각)’라는 반응이 잇따른다.

영국 ‘헤더윅 스튜디오’가 설계한 작품이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영국 출신 디자이너 겸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이 이끄는 디자인 회사. 헤더윅은 수공예적 감성을 바탕으로 2019년 뉴욕 맨해튼에 들어선 벌집 모양 개방형 건물 허드슨 야드 베슬(Vessel), 지난해 허드슨 강 위에 들어선 인공 섬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 등을 선보인 현대 건축의 수퍼 스타. 최근 완공한 실리콘밸리의 구글 본사 신사옥 ‘베이뷰’(BIG 공동 설계)도 디자인했다.

이번 ‘글래스하우스’는 빅토리아 시대 유행한 테라리움(작은 유리병에 식물을 재배하는 방법)에서 영감받은 작품. 헤더윅은 “놀라운 과거를 통해 새로운 창조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역사적 배경을 지닌 구조를 짜 넣어 현대적 발명품을 만듦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서로 소통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