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경기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린 ‘제18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찾은 관객들이 지정 좌석에 앉아 공연을 즐기고 있다.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방침에 따라 ‘백신 패스’가 적용된 첫 대규모 야외 공연이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저 바깥 바람은/ 틈만 나면 껴들어 춥게 해/ 조금만 더 안을래 가까이.”

주말인 5~7일 경기 가평군 가평읍에서 열린 ‘제18회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6일의 마지막 무대에 선 선우정아의 곡 ‘동거’ 가사처럼 입동(立冬)을 하루 앞둔 공연장은 오들오들 입술이 떨릴 정도로 추웠다. 그러나 관객들은 껴안을 수도, 서서 뛸 수도,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술과 음식을 섭취할 수도 없었다. ‘거리 두기’ 정책 때문이었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2년 만에 대면 공연으로 돌아왔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열렸다. 2021년 자라섬 페스티벌은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에 따라 ‘백신 패스’가 적용된 첫 대규모 야외 공연. 문화체육관광부와 가평군은 방역 수칙 준수를 조건으로 7일까지 대면 공연을 승인했고, 주최 측은 하루 입장객을 2000명으로 제한했다. 3일간 페스티벌 입장객은 5000여 명. 매년 10만명씩 찾던 코로나 이전과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현장의 관객은 환호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년 분기별로 뮤직 페스티벌을 찾았던 박모(35)씨는 오랜만에 만난 야외 공연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계절별로 야외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과 향기가 있어요. 자라섬에서는 단풍을 보며 가을 바람을 쐬며 끈적한 재즈 공연을 즐기는 것. 코로나 기간 동안 이걸 전혀 느끼지 못하다 2년 만에 느끼니 가슴이 떨리네요.”

술도, 자리 전쟁도 없어지니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관객도 늘었다. 그들은 옆 캠핑장에서 밥을 먹고 쉬다, 아이 손을 잡고 공연을 보러 왔다.

“주최 측은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사람과 술이 없어) 아이도 안전하게 즐기고, 쾌적하고 좋네요(웃음).”

2년 만에 열린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티켓부터 과거와 달랐다. 가령, 6구역 5열 00번. 좌석이 있었다.

입구에 있는 방역 센터에서 체온 측정, 백신 접종 증명서 확인, 문진표 작성 등 검역 절차를 마치고 입장하자 바닥에는 1m 간격으로 좌석 번호가 적힌 은색 돗자리가 깔려 있었다. 관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이 돗자리에 앉아 공연을 봤다. 뮤직 페스티벌마다 발생하는 자리 맡기 전쟁은 당연히 없었다.

배고픈 관객은 좌석 뒤편에 마련된 ‘푸드존’으로 갔다. 여기서 닭꼬치와 오뎅, 닭강정을 산 후 칸막이가 있는 탁자 위에 앉아 먹었다. 흡사 허기를 달래는 휴게소 같았다.

그러나 적지 않은 제약에도 관람객들은 오랜만의 대형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오후 4시 반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 온다’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 대여섯은 옆에 비어 있는 공터로 이동해 춤을 췄다.

함성과 떼창이 사라진 자리는 박수로 채웠다.

선우정아는 재즈 공연에서는 빠질 수 없는 ‘트레이드(Trade·연주자와 관객이 주고받는 것)’를 박수로 진행했다.

“제가 시작하면, 여러분은 박수로 트레이드해주세요. 에에~에”

“짝짝~짝”

자라섬에 어둠이 내리자 사람들은 휴대폰 불빛을 켜 호응했다. 3일간의 페스티벌에는 이들 외에도 심규민, 나윤선, 전제덕 밴드 등 19개 공연 팀이 출연했다.

무대는 한 번 끝날 때마다 흰옷 입은 방역맨들이 올라와 소독했다. 관객들 사이로는 주황색 맨투맨 티를 입은 봉사자들이 가로지르며 혹 음식을 먹는지, 마스크는 잘 끼고 있는지를 점검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밤 10시까지 진행된 공연. 올해는 저녁 7시에 막을 내렸다. 코로나 사태가 안정되길 기다리느라 행사가 한 달 연기되며 날도 추워졌고, 규모도 축소됐기 때문이다. 예전의 자라섬을 생각하고 느지막이 온 관객들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출구에 “내년에 다시 만나요”라고 적혀 있다. 부디 그때는 코로나가 도망가 있기를. 화려한 자라섬 단풍은 절정으로 치닫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