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욱 작가의 ‘김민기 LP50’. /경기문화재단

“긴 밤 지새우고/풀잎마다 맺힌/진주보다 더 고운/아침 이슬처럼.”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강인하고 호소력 짙은 양희은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1971년 김민기가 작사, 작곡한 가요 ‘아침이슬’이다.

‘아침이슬’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김민기 헌정 사업이 추진된다.

대표적인 행사가 이날부터 이달 23일까지 진행되는 전시. 김보중, 레오다브 등 22명의 오마주(헌정) 작품뿐 아니라, 김민기가 어렸을 때 직접 그린 그림도 전시된다.

김민기의 어릴 적 꿈은 화가였다. 화가 최욱경(1940~1985)에게 배웠고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했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 공식 발표된 미술 작품은 없다. 이번 전시는 김민기의 그림을 볼 기회다. 이 외에도 직접 그린 악보, 메모, 편지, 연출 노트 등이 함께 전시돼 그의 예술 활동을 한 번에 가늠할 수 있다.

지난 6일부터는 후배들의 헌정 앨범도 순차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현재까지 유리상자의 ‘늙은 군인의 노래’, NCT 태일의 ‘아름다운 사람’, 한영애의 ‘봉우리’ 등이 공개됐다. 6월 마지막 주에는 참여 가수 모두가 부른 ‘아침이슬’이 공개된다. 총 18곡으로 구성될 이번 앨범은 7월 중 CD 발매, 10월 이후에는 LP도 출시한다. 학전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무대에 섰던 배우들을 대표해 황정민도 앨범 녹음에 참여했다.

김민기 헌정 공연도 이어진다. 오는 20일 김민기 특집편 ‘KBS1 열린음악회’에 이어 9월 이후 경기도 내 실내 공연장 한 곳을 골라 ‘헌정 콘서트’도 연다. 김민기 동요 음반도 제작된다. 김민기는 1970년대부터 ‘인형’ ‘고무줄놀이’ 등 동요 곡을 많이 썼다. 대표 동요 15곡을 노찾사 초기 멤버인 조경옥이 부르고 작곡가 백창우가 음악감독을 맡아 작업할 예정이다.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는 “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사에 나타난 문화 현상을 꼽을 때 필수 불가결하게 등장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저항 문화”라며 “김민기는 수많은 명곡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로서,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한 수많은 뮤지컬의 예술감독으로서, 한국 현대사의 면면에 서린 저항 정신을 상징하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