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미술평론가

올해 미술평론 부문 응모작은 총 13편이다. 한 해 쏟아져 나오는 미술 관련 논문들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치지만, 코로나 사태로 대면 접촉에 의지하는 미술계가 크게 위축된 점을 고려한다면, 그나마 이론과 현장을 이어줄 만한 내용이 있음은 다행이다. 선정 기준은 미술계 현장과의 순발력 있는 교감을 전제로 하는 분석적 평문으로 봤다. 13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분야가 작가론(4편)이다.

박현기, 김용익, 오인환, 변연미 등, 이미 미술사의 반열에 올랐거나 깊이 연구해야 마땅한 위치에 있는 중요 작가들이다. 작가론 스타일의 평문은 해당 작가의 초창기 작품부터 최근 작업까지 연구, 소개한다. 그러나 작가론 4편은 논문으로 더 적절한 주제라는 생각이다. 평문은 논문의 축약본도 아니고, 중요 작품들을 놓고 감상문에 머물러서도 안 되는, 그 자체의 자족성과 완결성을 요구한다. 논문으로 적당한 주제는 논문으로, 평문으로 적당한 주제는 평문으로 써지면 더 좋을 것이다.

그다음으로 미술 이론, 특정 주제, 미디어, 자유로운 에세이 등으로 분류될 만한 평문이 각 2편씩 있었다. 미술이론 중 색채론으로 작품을 분석한 평문이 2개나 있어서 색이 차지하는 위상을 반영한다. 블루를 중심으로 색채론을 펼친 다음 해당되는 작가 셋을 꼽아 분석한 평문, 한국의 고유색 또는 향토색이라 할 만한 것을 탐구하고 관련 작가들을 다수 호명한 평문들이다. 그것들은 이론과 작품이 함께하는 이상적인 방향성을 가지지만, 왜 그 작가들이 예시되는가에 대한 근거가 다소간 임의적이다.

특정 작가를 초대해서 당장에 전시로 보여줘야 하는 기획문과 달리, 비평으로만 논구되는 작가나 작품은 좀 더 단단한 객관성이 요구된다. 특정 주제를 탐구한 평문 두 편은 주제에 관한 논술이 장황해서 정작 개별 작품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진짜 궁금한 사항이 묻혀버렸다. 사진이나 미디어 아트 등, 지역성으로부터 자유로운 국제적 주제는 예시되는 작품들이 주로 외국 작가들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자신의 마음속 작품들이라 할 만한 것들을 소재로 자유로운 에세이식으로 쓰인 평문은 편하게는 읽었지만, 독자들이 작품이라는 생생한 대상을 앞에 두고 굳이 어떤 글을 읽을 때 요구하는 바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13편 모두 흥미롭게 읽었지만,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체크하고 나니, 당선작은 현장성과 이론적 분석이 골고루 안배된 ‘비판의 상실; 탈정치 사회의 전시가 아파트를 장소화하는 전략’ 1편이 남았다. 거주 공간인 아파트를 전시장으로 삼아 이뤄진 프로젝트를 다루는 이 평문은 미술관보다 더 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에서 게릴라식으로 전시한 젊은 작가들과 함께했으며, 비장소(non-place)에 관한 마르크 오제의 논의를 적절하게 적용했다. 그것은 추상적 공간이 집을 포함한 구체적 자리를 밀어내는 현대사회의 상황을 반영하며, 지금 우리에게 절박한 과제인 공동체의 문제를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