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차면 혈관이 좁아지면서 피가 잘 통하지 않는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한다. 체온이 35도까지 떨어지면 암세포가 활개를 치고 34도가 되면 생사의 갈림길에 선다. 체온을 끌어올리는 온열 치료는 암 환자의 생존율을 늘리고 말초 신경을 살아나게 한다. /셔터스톡

하루 종일 머리가 무겁고 손과 발이 수시로 저린다. 체한 듯 속이 더부룩하고 무릎, 손목 등 관절 통증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언뜻 보기에 증상도 원인도 다 다른 것 같지만 출발점은 같다. 바로 체온 저하다. 몸이 차면 혈관이 좁아지면서 피가 잘 통하지 않는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한다. 영양분과 산소를 전달하는 혈액이 몸 곳곳으로 퍼지질 않으니 각종 장기에도 문제가 생긴다. 위의 소화 능력과 간의 해독력이 떨어지고 폐, 신장, 방광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체온 1도씩 내려갈 때마다 심혈관, 자율신경 마비 찾아와

현대인 90%는 활동량 부족과 스트레스로 저체온 상태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저체온에 관대하다. 가정에 하나씩 있는 체온계는 감기몸살에 걸렸을 때 열을 재기 위한 용도로 쓰일 뿐 평소 체온이 몇 도인지는 모르고 살아간다. 정상 체온(36.5도)에서 1도만 낮아져도 우리 몸의 면역력은 30%, 신진대사는 12%가 저하된다. 이에 각종 질병에 취약해지고 피로가 쌓이는 것이다. 여기서 체온이 35도까지 떨어지면 암세포가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며 한계 체온인 34도가 되면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이처럼 모든 질환의 시작이 저체온이기에 온열 치료는 동서를 막론하고 가장 역사가 깊은 자연 치유법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약으로 고칠 수 없는 환자는 수술로 고치고, 수술로 고칠 수 없는 환자는 열로 고치며, 열로 고칠 수 없는 환자는 불치의 환자”라는 명언을 남겼다. 중국 전통 의학에서는 온열 자극을 통해 기와 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했다.

◇몸속 체온 끌어올리는 고주파, 항암·뇌출혈·중풍 치료로 활용

19세기 들어서면서부터 항암에 적용하기 시작한 온열 치료는 1970년대 이후 고주파 온열의 등장으로 탄력을 받았다. 열에 약한 암세포의 약점을 공략, 고주파를 이용해 42~45도의 열로 암 조직을 괴사시킨 것이다. 폐암 환자가 고주파 온열 치료를 병행했더니 일반 치료보다 생존율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대병원이 4.8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 미세갑상선유두암 환자 중 96%가 고주파절제술로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다.

또한 당뇨 합병증으로 발가락에 감각이 없던 여성이 고주파로 체온이 상승하고 혈류량이 증가해 말초신경이 살아나고, 뇌졸중 수술 후 고주파 온열을 통해 마비된 왼쪽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온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통증의학에도 고주파를 접목하고 있다. 연골이 손상되면 무릎 관절에 있는 8개 신경에 통증이 생기는데, 신경을 둘러싼 막을 고주파로 변성시켜 통증을 완화하는 원리다. 대한노인병학회에 따르면 65세 이상 70%가 저체온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로 손발 저림, 냉증, 관절통 등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나이 들수록 체온을 끌어올려 정상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