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어느 한 카페. 2024 대국민 문화예술교육 공감 프로젝트 멈(Mu:m)춤 시즌2 ‘스며들다’의 주역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멈춤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교육진흥원)이 주관한 대국민 문화예술교육 공감 프로젝트다. 오는 2025년 국가 문화예술교육 정책 20주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문화예술교육 체감도를 높이고, 일상 속 문화예술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는 특별히 추석 명절 기간을 앞두고 국제적인 허브공항이자 교류의 플랫폼인 인천국제공항에서 지난 7일 깜짝 플래시몹 공연을 펼쳤다. 본지는 이날 특별 좌담회를 열고 김주원 총예술감독을 비롯해 홍세정 안무감독, 뮤지컬 배우 장세린(11) 양과 나건주(23·서경대 뮤지컬학과) 씨, 꿈의 무용단원 김영민(7) 군과 그의 어머니 윤지영 씨, 김자현 교육진흥원 미래사업본부장을 만나 문화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짚어봤다.
◇Shall We Dance?… 춤으로, 예술로 일상에 스며들다
이번 공연의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총예술감독은 멈춤 프로젝트의 상징성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 사회 속 국민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원했다”며 “예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예술이 일상에 스며들 때 우리 삶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플래시몹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Shall We Dance? 춤으로, 예술로 우리 삶 속 작은 감동과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는 게 그가 프로젝트를 기획한 목적이었다.
2회차에 걸쳐 총 20분간 진행된 이번 공연은 하트 시각장애인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시작으로, 아동·청소년·대학생 총 1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단체 안무와 수화를 선보이며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김 총예술감독이 공연의 흐름을 기획했다면, 그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건 홍 안무감독의 역할이었다. 홍 안무감독은 오랜 시간 김 총예술감독과 호흡을 맞춰 온 베테랑 안무가다. ‘어떻게 해야 예술과 하나되는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그가 내놓은 해답은 진정성에 있었다.
“안무는 오롯이 몸짓 하나로 표현하는 예술적 메시지입니다. 실력을 뽐내기보단, 메시지를 통해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배우, 연주자, 스태프 할 것 없이 모두가 밤을 새가며 무대를 꾸몄습니다. 김 총예술감독은 새벽 2시에 몰래 나와 무대 미술을 혼자 준비할 정도였죠. 프로젝트 이름처럼 어느 순간 우리부터 공연에 스며들게 됨을 느꼈습니다.”
◇“힘든 순간에 예술이라는 행복이 삶의 원동력 될 수 있어”
당시 연습 때를 회상하던 김 총예술감독과 홍 안무감독은 멈춤의 멤버 4명을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무더운 여름임에도 이마에 구슬땀이 맺힐 정도로 연습, 또 연습에 매진했던 모습이 떠올라서다. 그래서일까. 감독들 사이에서 이들을 부르는 별명도 늘 연습벌레였다. 호기심이 생긴 기자는 멤버들에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임했는지를 물었다. 가장 먼저 대답을 한 주인공은 장 양이었다. 그는 “주변엔 항상 스마트폰을 하거나, 학교·학원만 오가는 친구가 많다”며 “친구들에게 누군가와 함께 예술 활동을 하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공감한 나 씨는 “살면서 지치거나, 힘들 때 그 순간을 예술이라는 행복으로 이겨낼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내가 원할 때마다 행복을 꺼내는 보물 창고처럼 사람들에게 멈춤 같은 좋은 예술 무대를 선사하는 예술가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나 씨의 꿈처럼 좋은 예술가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교육진흥원의 아동·청소년 문화예술교육 대표 브랜드’꿈의 예술단(오케스트라·무용단·극단)’에 참여 중인 이은선 꿈의 무용단 송파(송파문화재단) 무용감독은 그 산이 꼭 실력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예술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라는 게 이 무용감독의 지론이다. 이를 증명하듯 꿈의 무용단원을 선발할 때도 평가 기준에서 실력을 제외한 그였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완성된 예술가를 키우기보단, 단원들에게 스스로가 변화하는 과정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때의 경험이 삶의 원동력이 돼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마인드셋을 주거든요. 전 그게 예술의 힘이라고 봅니다.”
꿈의 무용단원으로 뽑힌 김 군은 춤이 주는 즐거움을 느꼈고, 언젠간 뮤지컬 배우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 군과 함께 이번 플래시몹에 참여한 윤 씨는 “평소 아이가 감정을 잘 표현하질 않았는데, 춤을 배운 뒤 처음으로 ‘너무 재밌고 행복하다’는 말을 했다”며 “꿈의 무용단 사업과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가 예술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동해 무대에 오르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사회 관심도 급증에 교육진흥원 “일상서 문화예술 힘 느끼게 할 것”
2019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문화예술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만큼 국내에선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체부와 교육진흥원이 꿈의 예술단, 늘봄학교 문화예술교육 등 다양한 정책 사업을 통해 일상 속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미래사업본부장은 문화예술교육이 예술가를 양성하는 과정이 아닌, 예술의 접근성을 높이는 하나의 단계라고 말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더 많은 사람이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모든 국민이 일상 속 문화예술의 힘을 느낄 수 있도록 관련 정책사업들을 마련하고,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널리 알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