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5세 이상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 중 약 19.5%에 이른다. 고령화와 함께 치매환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치매환자 수는 지난해 기준 94만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영등포구가 2023년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내놓은 ‘요양보호가족 휴식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주목받고 있다.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앓는 어르신 가정에 자원봉사자를 연계, ‘독박 간병’ 등의 부담을 짊어진 가족들에게 휴식을 보장하는 제도다. 정부가 2017년 ‘치매 국가책임제’를 발표하며 치매환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돌봄가족에 대한 지원책은 상대적으로 미비하다는 점에 주목해 이 같은 제도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요양보호가족 휴식제도’는 지난해 초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현재 720여명의 봉사자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갖췄다. 지난해 5월부터는 영등포구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등으로부터 돌봄봉사교육을 수료한 후 2인 1조로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봉사자들은 치매 어르신의 의약품 복용을 지도하는 등 건강관리를 돕거나, 퍼즐맞추기·색칠공부 등 인지능력 향상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안경점·병원·약국 등 외출에 동행하며 실생활을 보조하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봉사자들이 어르신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 돌봄가족은 휴식을 누릴 수 있다. 지금까지 200여가구가 이 사업의 혜택을 받았다. 제공된 서비스는 620여건에 달한다.
수혜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영등포구가 지난해 10~11월 두 달에 걸쳐 진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수혜자 중 92.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삶의 활력 증가’(87.9%), ‘휴식 시간 보장’(81.8%), ‘돌봄 부담 감소’(78.9%)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달 12일에는 ‘요양보호가족 휴식제도’가 ‘2024년 우수 행정 및 정책사례 선발대회’에서 우수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요양보호 체계를 마련한 것이 심사단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업이 자리매김한 데는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의 역할이 컸다. 서울 25개 구청장 중 유일하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최 구청장은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구청장 후보로 나섰을 당시부터 ‘요양보호가족 휴식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 후 약 반년 만에 공약을 실현시킨 셈이다. 2023년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 공모사업’을 통해 시비 7000만원을 예산으로 확보하고, ‘장기요양보호 대상자 가족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기반을 다진 것도 최 구청장이다.
영등포구는 ‘요양보호가족 휴식제도’가 복지 모델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 대상자와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국내 모든 치매 어르신 가정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에도 사업을 제안하기로 했다. 이미 서울 타 자치구에서 벤치마킹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최 구청장은 “‘요양보호가족 휴식제도’가 전국에 확대돼 어르신에게는 행복이, 돌봄가족에는 휴식이 주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