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커피 전쟁이 국내에서 불 붙고 있다. 캐나다의 팀 홀튼, 미국의 인텔리젠시아, 싱가포르의 바샤커피에 이어, 일본 후쿠오카의 노 커피와 미국 피츠커피까지 국내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세계 유명 커피 전문점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전 세계 평균 연간 커피 소비량의 2배 이상으로 많은 양의 커피를 마신다고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인 1인 커피 섭취량은 400잔 이상으로 세계 평균 수준(152.7잔)의 두 배가 넘는다. 국내 시장을 외국 유명 커피 업체들이 탐내는 이유다. 커피 전문점들이 너도나도 진입하는 바람에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커피 업체들이 버티기도 쉽지 않아졌다.
◇해외 유명 커피 전문점의 각축장, 한국
롯데백화점은 최근 커피계의 명품으로 불리는 ‘바샤 커피(Bacha Coffee)’의 국내 프랜차이즈 및 유통권을 단독으로 확보, 오는 8월 서울 청담동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바샤 커피’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기원한 브랜드로, 현재 싱가포르·프랑스·홍콩·두바이 등 9개국에서 총 1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바샤 커피는 모로코 마라케시의 전설적인 커피 하우스 ‘다 엘 바샤 팰리스(Dar el Bacha palace)’의 오리지널 콘셉트를 반영한 화려한 금빛 인테리어로도 유명하다. 가격은 기본 커피 1잔에 약 8000원. 높은 가격과 현란한 인테리어 때문에 ‘커피계의 에르메스’라고도 불린다. 이 같은 바샤 커피를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직접 나서 약 18개월 간 싱가포르의 바샤 커피 본사를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캐나다의 커피 업체 팀 홀튼은 작년 12월 국내에 문을 열었다. 문 연 지 한달 만에 도넛류 30만개와 커피 10만잔 이상을 팔았다. 2호점 선릉역점에 이어 세번째 매장인 숭례문 그랜드 센트럴점, 네번째 매장 서울대역점도 잇달아 열었다. 팀 홀튼은 이달 27일에는 국내 5호점이자 경기권 첫 매장인 분당 서현점을 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의 노 커피도 이달 안에 서울 신사동에 1호점을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랜드 오프닝은 3월에 열린다. 노 커피는 후쿠오카의 작은 카페에서 시작돼 자리를 잡은 로컬 브랜드다. ‘NO COFFEE, NO LIFE’를 슬로건으로 하고 있다.
미국 서부 지역에서 알려진 ‘피츠커피’도 지난해 5월 국내에 상표권을 등록, 조만간 국내 첫 매장을 개점할 준비를 하고 있고,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도 한국 진출을 앞둔 상태다. 인텔리젠시아의 한국 매장은 미국 외에 여는 글로벌 첫 매장이 될 예정이다.
◇세계인보다 2배 넘게 마시는 나라
이처럼 한국 커피 시장에 외국계 브랜드들이 대거 진출하는 이유는 한국의 커피 시장의 신장세가 워낙 가파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커피를 많이 마시는 국가로 꼽힌다.
한국 커피 시장 1위 업체는 스타벅스로 연 매출 2조원을 넘겼다. 2019년에 진출한 블루보틀은 2년 만에 흑자 전환해 매장을 넓혀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2 프랜차이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커피 및 음료업 가맹점 매출은 33.2% 늘어났다.
문제는 모두가 성공할 순 없다는 데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얘기도 계속 나온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서울의 커피·음료 점포 수는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2만3235개로 전년 동기보다 1886개(8.8%) 늘었지만, 10곳 중 7곳이 프랜차이즈 간판을 달지 않은 작은 카페였다. 또한 작년 폐업신고를 한 카페 수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해외 브랜드라고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일본 퍼센트 커피, 베트남 콩카페, 덴마크 에이프릴커피 등은 한국 시장에 진출했으나 아직 매장 수가 적다. 팀홀튼의 경우 캐나다 현지에 비해 한국 커피 가격이 비싸다는 점에서도 비판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