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자동차에 ‘쇼버(shock absorber)’라는 스프링 장치가 없다고 가정해 보자. 차체가 다양한 도로의 크고 작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승차감 저하는 물론이고 심하면 전복까지 될 수 있다. 전복은 아니더라도 금세 각종 연결 부분 나사가 풀어지고 차체 또한 뒤틀릴 수 있을 것이다.
사람도 똑같다. 인체의 다양한 연결 부위인 디스크·관절(연골)은 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해 준다. 연골이 없다면 뼈와 뼈가 직접 부딪쳐 충격은 말할 것도 없고 골절 위험까지 커진다.
연골이 닳기만 해도 관절은 불안정해지고 쉽게 관절염으로 악화된다. 특히 어깨·허리·무릎 안에 있는 연골(어깨관절순·추간판·반월판)은 충격 흡수뿐만 아니라 신체를 지지하는 역할까지 한다.
연골에는 혈관과 신경이 없다. 당연히 통증이 발생하지 않는다. 기존에는 신경을 통해서만 신체 곳곳과 통신할 수 있다고 믿어 왔기에 연골과 ‘소통’은 거리가 먼 단어였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는 연골 안에 ‘움직임을 전기현상으로 바꾸는 특수한 단백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것이 바로 ‘압전자’다. 압전자는 우리 몸이 움직이면서 발생한 압력을 전기 신호로 바꿔준다. 외부 정보를 인식하는 오감(시각·청각·촉각·미각·후각)처럼 우리 몸 안의 정보를 압전자가 뇌로 전달하는 것이다. 관절·디스크가 뻣뻣해지지 않게 유지해 주는 역할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연골들이 재생될 수 있도록 돕는 놀라운 힘도 가지고 있다.
이 압전자는 근육·힘줄·연골부터 혈관·위장관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퍼져 ‘인체 네트워크’ 기능을 하며 상호작용하게 만든다.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통신망이 신체 곳곳에 깔린 것이다. 기존의 신경을 통한 전달이 아날로그적 일방향이었다면, 압전자는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양방향 소통할 수 있는 ‘와이파이(Wi-Fi) 기지국’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령, 심장 혈관에 존재하는 압전자가 피의 압력을 전기 신호로 바꿔줘 우리는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다.
‘올바른 칫솔질’ 방법도 이에 해당한다. 양치질할 때 칫솔을 45도 각도로 기울여 잇몸 경계부와 치아 사이를 쓸어내듯 닦으라고 한다. 이는 ‘치아를 닦는 것’이 아니고 ‘잇몸 인대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 잇몸 인대에 압전자 1형이 있기 때문이다. 압전자는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내고 잇몸을 건강하게 유지시킨다. 이처럼 다양한 압전자 역할로 우리 몸 안에서는 상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생긴다.
기존의 많은 치료는 이렇게 중요한 압전자를 통째로 없애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디스크가 튀어 나오면 잘라내고 더 나올 것 같으면 고정해버렸다. 손상된 연골은 관절경 시술로 긁어낸다. 추간판이나 반월판에 문제가 생기면, 도려내거나 갈아내는 치료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되레 이러한 수술로 퇴화가 증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여러 논문을 통해 규명됐다. 한동안 왜 그런지 그 원인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추간판이나 반월판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전기적 효과(압전 효과)가 연골의 퇴화를 막아줄 뿐 아니라 ‘연골 재생’ 역할까지 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치료법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FIMS(기능적근육내자극술)는 연골·근육·힘줄 부위에 엉겨 붙거나 단단해진 조직을 풀어주고 유연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즉, 그 안에 있는 압전자들이 제 역할을 다시 할 수 있도록 달래는 게 목표이다. 충격 흡수체의 필수 조건은 ‘유연함’과 부드러움’이다. 딱딱하면 되레 충격이 커진다. 부드러워야 완충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압전 효과에 대한 연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압전자의 발견이 연골 재생과 조직공학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압전 효과를 활용한 기술은 손상된 연골을 복구하고 재생하는 데 더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미래의 치료법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10여 년간 이어진 의학칼럼 ‘안강의 통증 없는 세상’은 오늘 자로 마침표를 찍지만, 그동안 칼럼에서 강조했던 메시지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글들이 아픈 환자에게 희망으로 전달되길 바라며 노트북의 종료 버튼을 누른다. <연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