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설자리를 잃고 있는 전통시장이 다방면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밀키트 온라인 판매 등으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가 하면 당일배송, 묶음배송 등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생존을 위한 전통시장의 다양한 변화상을 살펴봤다.
◇ 지자체 도움으로 라이브커머스 문 ‘활짝’
서울시 중구의 중부시장에서 참기름 등을 파는 ‘서영농산’은 싱가포르로부터 납품받고 싶다는 ‘러브콜’을 받았다. 중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중전라이브(중구 전통시장 라이브커머스)’ 덕분이다. 첫 방송에 23만명의 시청자를 모은 중전라이브는 지난달 말까지 20회 방송을 하며 누적 시청자 80만명을 달성했다.
용산구의 용문시장도 온라인 판매 시장을 개척했다. ‘캠핑용 닭갈비’, ‘한돈 생오겹살’ 등 시장 상품들을 ‘밀키트(간편조리식)’ 형태로 만들어 라이브커머스 등으로 판매했다. 2021년 한 해 온라인 매출만 8억5000만원에 달했다. 온라인 시장 개척은 젊은 층을 다시 시장으로 불러들이는 효과도 냈다. 지난해 가을 열린 맥주축제인 ‘용금맥축제’에는 1만7000여 명이 몰렸다. 전통시장이 라이브커머스로 진출할 수 있었던 데는 자치구의 노력이 컸다. 영등포구는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라이브커머스 크리에이터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직 쇼호스트로부터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촬영 장비와 스튜디오 대여도 지원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시장 상인들이 기기를 다루는데 익숙지는 않지만 곧잘 따라 하신다”며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 “전통시장에서 ‘양 손 가볍게’ 장보세요”
지난해 말 노량진수산시장, 청량리∙암사종합시장 등 3곳의 전통시장은 신선식품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형마트와 마켓컬리, 쿠팡 등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업체들과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서울시와 함께 배송 서비스를 준비하며 청량리종합시장의 김인근 전임 상인회장은 “전통시장도 온라인 주문 흐름에 발맞춰 나가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았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의 경우 전화 등으로 주문을 받아 배달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전산시스템이 없어 주문이 누락되거나 시장과 가까운 지역만 배송이 되는 등 한계가 있었다.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배송 중 상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들 시장은 물류인프라를 구축해 이런 문제를 극복했다. 3곳의 시장은 상품의 분류, 보관, 배송 등이 가능하도록 물류센터를 설치하고 배송정보가 입력되면 자동으로 배송과 정산 등 업무가 자동화되는 물류시스템을 갖췄다. 이를 통해 신선식품의 당일배송은 물론 여러 가게에서 구매한 상품을 한 번에 배달 받는 묶음 배송이나 새벽발송도 가능해졌다.
온라인 배송으로 체질 개선을 마친 효과는 성공적이었다. 암사종합시장은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뒤 이전보다 주문 건수가 2배 넘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배송 범위도 시장 인접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됐다.
◇ ‘디지털 전통시장 육성 사업’ 효과 톡톡
중소벤처기업부는 매년 전통시장의 온라인 진출을 돕기 위해 ‘디지털 전통시장 육성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암사종합시장도 이 사업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판로 개척에 성공한 케이스다. 강동구의 명일전통시장도 작년 7월부터 사업 공모를 준비해 올해 초 디지털 전통시장 사업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달에는 시장의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명일샵’도 오픈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전통시장과 주변 상권을 동시에 활성화시키는 일석이조의 경제부양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대 2년간 지원되는 사업 기간이 다소 짧다는 목소리도 있다. 올해 말 사업이 종료되는 28곳의 전통시장 중에는 이렇다 할 온라인 판로를 구축하지 못한 곳도 있다. 암사종합시장의 배경호 상인회장은 “우리 시장의 경우 기간 내에 온라인화에 성공한 편이지만 과정이 쉽진 않았다”며 “2년간 이어지던 (디지털 전통시장 육성)사업이 종료된 이후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