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가 되면서 소비자의 권리는 더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 권리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필수요소로도 자리매김했다. 최근 기업의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 수준을 평가하는 여러 지표에서도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공정거래, 개인정보보호, 품질관리, 데이터보안, 화학 및 금융상품 안전성 등은 중요한 요소로 반영되고 있다. 특히 기업이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친환경이나 공정성 문제에 대한 가치소비 확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하 KMAC, 대표이사 사장 한수희)은 ‘2023년도 제3차 한국의 소비자보호지수(KCPI)’ 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KCPI는 각 기업의 소비자보호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체감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다. 산업 전반의 소비자보호 경영을 확산하고 나아가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제고하고자 매년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전체 37개 산업분야 214개 기업의 상품 및 서비스를 경험한 소비자 2만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산업ㆍ기업별 소비자보호 수준 격차 커져…소비자요구 대응ㆍ사후관리 중요해
올해 KCPI 주요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KCPI 전(全) 산업 평균은 74.7점으로 전년대비 1.4점 상승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실행 이후 내부 통제체계를 마련해 온 금융권의 경우 소비자보호 수준이 76.2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통신ㆍ온라인(74.2점) 부문과 일반ㆍ생활(73.2점) 부문은 상대적으로 소비자보호 품질이 낮게 조사됐다. 조사대상 산업ㆍ기업별 소비자보호 수준 격차는 커졌으며 소비자보호를 위해 내부 통제체계를 마련하고 실질적인 활동을 펼친 기업이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둘째, 향후 소비자보호 품질 제고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전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소비자요구 반영(64.5점), 사후관리(64.2점), 사회적 약자 배려(61.4점)로 조사됐다. 향후 소비자보호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품을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를 더욱 활성화하고 취약계층 보호와 사후관리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불만ㆍ피해 사례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적극적인 문제 제기에 나서는 비율이 증가했다. 이는 소비자보호에 대한 인식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발표 첫 해인 2021년부터 응답자 본인의 ‘소비자보호’에 대한 인식 및 지식수준을 조사한 결과 2021년 20.5%였지만 2022년에는 24.8%, 2023년 30.4%로 점차 증가했다.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불만ㆍ피해사례가 발생했을 때 응답자의 71.4%는 해당 기업이나 정부기관에 직접적으로 문제를 표출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한 해결 및 답변에 대한 만족도는 54.2점에 그쳤다.
◇2023년 KCPI 주요 기업별 조사결과
소비자보호 체계가 확립된 금융 분야, 증권, 손해보험, 생명보험은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저축은행, 캐피탈, 가상자산거래소는 소비자보호 체계 및 소비자 체감 수준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광주은행, 삼성증권, 삼성화재, 교보생명은 3년 연속 금융소비자보호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BNK부산은행, KB손해보험, 미래에셋생명, KB국민카드, 하나카드는 2년 연속 우수 기업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신한투자증권, 삼성카드, 삼성생명 등이 새롭게 소비자보호 우수 기업의 반열에 올라섰다. 저축은행, 캐피탈, 가상자산거래소에서는 우수 기업이 단 한 곳도 선정되지 않았다.
통신ㆍ온라인 부문에서는 SK계열사(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11번가)와 CJ계열사(CJ온스타일, 티빙)가 소비자보호 수준이 높았다.
가전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 AS부문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아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생활가전의 공기청정기 부문에서는 SK매직과 쿠쿠가 새롭게 소비자보호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신규 산업인 뷰티케어 가전과 음식물처리기는 조사대상 기업별로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뷰티케어 가전의 ‘LG프라엘’과 ‘에이지알(메디큐브)’은 각각 78.1점, 77.8점을 받았다. 음식물처리기는 ‘스마트카라’가 79.2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국산승용차 판매 및 AS 부문 3년 연속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수입차로는 볼보가 2년 연속 우수기업으로 뽑혔고 메르세데스-벤츠와 토요타는 새롭게 진입했다. 장기렌터카와 중고차플랫폼 부문에서는 각각 롯데렌터카와 KB캐피탈이 산업 내 유일한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초등 스마트학습(74.3점)ㆍ여행사(75.2점)ㆍ아파트(72.9점)ㆍ인테리어(72.0점) 산업은 작년과 비교해 소비자보호 품질이 상승했다. 올해 신규 산업으로 조사한 유아용품(72.4점), 매트리스(렌탈)(71.8점)는 전체 산업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유아용품 산업은 제품 품질과 효능, 안전성에 대한 부분에서 가장 큰 불만이 나타났다.
◇기업의 소비자보호 체계와 활동,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소비자보호에 대한 기업 내부 체계 마련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이러한 움직임은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가 기업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는 간과되어 왔다.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소비자보호 내부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기업일지라도 실제 해당 기업의 상품ㆍ서비스를 구매(이용)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더욱 안전하게 제품과 상품을 만들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판매ㆍ세일즈 과정과 소비자 불만ㆍ피해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이를 소비자가 잘 체감하도록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기동 KMAC 사업가치진단본부장은 “최근 소비자의 소비활동 권리를 최대한 보호하고 이를 장려하는 소비자보호 활동이 기업의 경영에 있어 중요한 나침반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기업이 소비자보호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활동이 실제 소비자의 경험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보호와 관련된 체감지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토대로 개선활동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KCPI는 어떻게 조사했나
37개 산업 214개 기업 대상 2만1500명 온라인으로 조사
올해 ‘제3차 한국의 소비자보호지수’는 지난 8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약 6주 동안 조사가 이뤄졌다. 총 5개 부문(▲금융 ▲통신ㆍ온라인 ▲가전 ▲자동차 ▲일반ㆍ생활) 37개 산업 2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제 경험자(구입ㆍ이용) 2만1500명에게 온라인 패널조사를 진행했다. 기업이 소비자보호를 위해 ▲구입(이용) 전(前) 단계 ▲구입(이용) 시 단계 ▲구입(이용) 후 단계 등 각 소비 단계별로 지켜야 하는 소비자 6대 권리를 정의했다. 또한 소비자 체감 정도를 측정하는 ‘소비자 보호 체감 영역’과 ‘소비자 보호 실태 영역’ 등을 평가해 종합적으로 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