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경남도청 정문에 놓인 12m 높이의 우주발사체 ‘누리호’ 모형. /경남도 제공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정문 입구. 높이 12m의 우주발사체 모형이 13m 높이의 발사대에 거치된 형태로 서 있었다. 이 우주발사체는 당장이라도 우주로 비상할 듯한 모습이었다.

세계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맞아 우주탐사 확대와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육성을 놓고 무한 경쟁체제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말 누리호 3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실용 위성을 독자적으로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경남은 한국형 NASA라 불리는 우주항공청 설치를 앞세워 치열한 ‘우주경제 시대’를 열 대한민국 대표 주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경남을 우리나라 우주항공산업 중심으로 키우기 위해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6월 22일(현지시각)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 툴루즈 우주센터를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경남도 제공

19일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우주항공청과 그 일원의 우주항공산업 복합도시 등 기반 조성,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산업 육성을 통해 대한민국의 우주항공 G7 도약을 경남이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우주항공산업 중심 경남에 ‘우주항공청’ 건립 추진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유세 때부터 대통령 취임 후 현재까지 줄곧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있는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설치해 우주항공의 요람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국정과제에도 우주항공청을 경남 사천에 설치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우주항공청은 한국형 NASA라 불리는 국가행정기관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을 구체화할 컨트롤 타워다. 그런 핵심 기관을 경남 사천에 두겠다는 것은 그만큼 경남에 우주항공산업 인프라가 집적돼 있어 핵심 전략지로 손색 없기 때문이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항공산업 생산액 5조2708억원 중 71.8%(3조7836억원)를 경남이 담당했다. 같은 기간 우주산업 분야 생산액 4916억원 중 34.2%(1680억원)를 경남이 차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기준 항공우주산업 분야 제조기업(10인 이상)은 전국에 173곳이 있는데, 이중 약 60%(104곳)가 경남에 소재지를 두고 있다. 종사자 총 1만6325명 중 약 70%(1만1405명)가 경남에서 일하는 중이다.

지난 5월 누리호 3차 개발에도 경남 소재 기업이 다수 참여했다. 주요 기업 38곳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경남 창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경남 사천) 등 11곳이 경남에 소재지를 뒀다.

조여문 경남도 우주항공산업과장은 “특별법 통과와 동시에 우주항공청이 개청될 수 있도록 우주항공청 청사 후보지를 정부에 전달했고, 청사가 들어서기 전까지 사용할 임시 청사 후보지도 뽑았다”며 “사천을 세계적인 우주항공복합도시로 만들기 위해 주거·교육·교통 등 정주 여건 개선을 포함한 도시 밑그림을 그리는 용역을 11월 중 마무리한다”고 했다. 경남도는 지난 8월 우주항공복합도시의 체계적인 조성과 우주항공청의 성공적인 안착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조직 ‘(가칭)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 추진단’ 조성을 정부에 건의했다.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민간 주도 우주산업 생태계 구축

경남도는 국내 우주산업 분야 거점 역할을 할 인프라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우주환경시험시설, 위성개발혁신센터 구축 사업으로,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우주환경시험시설은 현재 진주 상대동에 있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우주부품시험센터’를 항공국가산단 진주지구에 대규모 확장·이전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4259억원으로, 오는 2028년 완공이 목표다. 이곳에 30여 기의 시험장비를 구축해 인공위성이 발사체에 실려 우주 궤도에 진입한 후 임무 수행까지 단계별 위성에 미치는 영향을 지상에서 시험하게 된다.

우주산업 클러스터 위성특화지구의 또 다른 핵심 시설인 ‘위성개발혁신센터’는 항공국가산단 사천지구에 조성한다. 위성개발혁신센터는 위성 관련 연구·제조·사업화에 필요한 각종 기반시설을 모아 산업을 선순환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451억원 규모로, 오는 2026년 조성이 목표다.

신대호 경남도 서부지역본부장은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민간 주도의 자생적 우주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내달 4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NASA 본부 등을 방문해 우주항공산업 교류 협력 등에 나선다.

앞서 박 지사는 지난 6월에는 세계 3대 우주강국인 프랑스의 국립우주연구센터를 방문하는 등 경남의 우주항공산업 역량을 키우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