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대구 북구 영진전문대학교 복현캠퍼스에서 해외 취업 활성화와 문화 교류를 취지로 한 '글로벌 데이' 행사가 개최됐다. 브라질과 러시아, 일본, 필리핀 등 각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자국을 소개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영진전문대학교 제공

지난 3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전문대 부문에서 영진전문대(총장 최재영)를 1위로 선정했다. 지난 2012년 전문대 부문 조사가 도입된 이후 영진전문대는 이 분야 1위를 12년 연속 석권했다.

영진전문대가 존경받은 가장 큰 요인은 독보적인 취업률이다. 개교 46주년을 맞는 이곳은 올해 교육부 대학정보공시 기준 졸업자 3000명 수준 전문대 중 취업률 전국 1위를 달성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취업 전선에 한파가 불어닥친 2020~2021년에도 전국 최상위 취업률을 굳건히 지켜낸 것이다. 최근 6년간(2018~2023·교육부 대학정보공시 기준) 취업률도 80%대에 육박한다. 학생 10명 중 7~8명이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한다는 뜻이다. 교육부 통계상 전국 전문대 평균 취업률 71.3%(2022년 기준)보다 높은 수치다.

지난 2021년 일본 취업을 격려하는 간담회 후 최재영 총장(앞줄 가운데)과 학생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영진전문대학교 제공

◇국내 첫 주문식 교육, 해외에도 통했다

전국 최고 수준의 취업률은 지난 1994년부터 도입된 기업 맞춤형 교육을 통해 이뤄졌다. 영진전문대는 이른바 ‘주문식 교육의 산실’로 불린다. 수요자인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길러낸다는 뜻으로, 영진의 주문식 교육은 이후 국내 직업교육의 전형이 됐다.

약 30년간 누적된 주문식 교육의 성과는 취업의 질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근 6년간 영진전문대 졸업생 2198명이 국내 대기업에 취업한 것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전기·삼성SDI·호텔신라 등 삼성계열사에만 244명, LG디스플레이·LG유플러스·LG이노텍·LG화학 등 LG계열사엔 309명이 입사했다. SK계열사엔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를 필두로 SK실트론·SK에너지 등 296명이 입사했고 이밖에도 한화그룹 119명, 현대그룹 85명, 포스코그룹 72명, 신세계그룹 62명, 롯데그룹에 45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매년 360명 이상이 대기업 사원증을 받아낸 것이다.

경북 칠곡군에 위치한 영진전문대학교 글로벌캠퍼스 건물. /영진전문대학교 제공

주문식 교육은 해외 취업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영진전문대에선 최근 6년간 총 646명이 소프트뱅크·라쿠텐 등 해외 유수의 기업에 안착했다. 일본 취업자 571명을 비롯해 호주 46명, 대만 12명, 싱가포르 6명, 미국 2명 등 세계 곳곳에 영진이 키워낸 ‘글로벌 노마드(세계적 인재)’가 자리잡았다. 이들이 취업한 곳 역시 재일교포 손정의 회장이 키워낸 글로벌 회사 소프트뱅크를 포함해 라쿠텐·야후재팬 등 세계적인 기업과 전도유망한 상장 기업이 대다수다. 일본 기업 일부에선 이미 사내에 영진동문회가 따로 꾸려져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일본IT과 학생들이 일본 기업 온라인 설명회를 시청하는 모습. /영진전문대학교 제공

영진전문대는 10여년전 주문식 교육의 ‘해외 버전’인 해외취업특별반을 구성했다. 일본기계자동차반, 일본 IT기업주문반 등으로 시작된 해외취업특별반은 이후 전자, 전기, 경영, 관광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됐다. 해외 현지 기업들의 수요를 분석해 맞춤형 현지화전략을 이끌어 내면서 해를 더해갈수록 해외 취업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주문식 교육이 국경을 넘어서도 통한 것이다.

◇신기술 교육 분야 전국 최다 선정

올해 영진전문대는 겹경사를 맞았다. 가장 존경받는 대학교와 전국 최고 수준 취업률에 더해 정부 주관 교육 사업에도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에 기존의 인공지능·지능형로봇 분야에 이어 올해 반도체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가 선정되면서 전국 전문대 중 최다인 3개 분야 선정, 대구경북 전문대 중 사업에 유일하게 참여하는 대학이 된 것이다. 영진전문대는 오는 2026년까지 약 180억원 상당의 국비를 지원받아 신기술 분야 명품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방송영상미디어과 실습. /영진전문대학교 제공
반도체전자계열 반도체 공정 실습. /영진전문대학교 제공

이밖에도 영진전문대는 지난 2021년 교육부 핵심 사업인 ‘마이스터대 시범운영 사업’에 대구·경북 지역 전문대학 중 유일하게 선정돼 전문 기술 석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 기술 석사 과정은 교육부가 4차 산업에 필요한 고숙련 전문 기술 인재를 키우고자 마이스터대학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교육이다. 석사 과정에 입학하면 특허 출원·프로젝트 결과물 등을 통해 기술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영진전문대에선 정밀기계공학과를 개설해 전기차·지능형로봇·차세대 디스플레이 부품 등에 쓰이는 금형 기술을 배운 전문기술석사를 배출하고 있다.

◇학생 교육·복지에 아낌없는 투자

영진전문대는 최근 MZ세대(1980~2005년 출생)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캠퍼스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3월엔 연면적 1만 5715㎡ 규모의 글로벌 생활관을 준공했다. 해외취업반 재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등 800명이 입주할 수 있고, 첨단 기자재가 구비된 실습실, 해외취업 면접 전용 화상회의실과 헬스장 등으로 구성돼있다. 36만권 이상의 장서를 보유한 대학도서관은 리모델링을 통해 1인 열람실 ‘캐럴’, 2인 열람실인 ‘책숲 공간’, 그룹 스터디룸 등을 조성했다.

만화애니메이션과 실습. /영진전문대학교 제공
동물보건과 실습. /영진전문대학교 제공

학과 교육에서도 MZ세대의 수요를 반영한 반려동물과·만화애니메이션과 등을 운영 중이다. 2024학년도에는 온라인 CEO 및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IT온라인창업과를 비롯해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글로벌시스템융합과 등 5개 학과를 신설할 예정이다. 오는 11일부터 시작될 2024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영진전문대는 정원의 95.6%인 2349명(정원 내)를 선발할 방침이다. 최재영 총장은 “사반세기동안 현장 맞춤형 교육을 통해 산업입국(産業立國)을 이끌어갈 인재들이 배출됐다”면서 “‘영진이 가면 길이 된다’는 초심을 지켜 향후에도 전국 최고의 인재 산실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