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결혼식을 올리는 직장인 진모(31)씨는 1년 전 강남에 있는 한 예식장을 가까스로 예약했다. 진 씨는 “1년 전에 예약했고 비용도 3천만원 정도 나왔다. 요즘 상황에선 이 정도면 운이 좋은 편”이라며 “(예비부부 사이에)서울에서 예식장을 잡기가 대학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공예식장 중 하나인 북서울 꿈의숲 예식장 모습. 6만원이 채 안되는 대관료에 300명 내외의 하객을 초대할 수 있다. /서울시

날로 비싸지는 예식 비용과 ‘예약 전쟁’으로 결혼 준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예비부부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 있다. 서울시가 올해부터 확대‧운영하고 있는 공공예식장 대관 사업인 ‘나만의 결혼식’ 얘기다. 양재시민의숲, 용산가족공원 등 기존에는 4개 예식장만 운영하던 것을 올해 24개로 숫자를 크게 늘렸다.

비용도 저렴하다. 서울한방진흥센터, 남산골 한옥마을 등 7곳은 무료로 빌릴 수 있고, 다른 예식장들도 2만원에서 100만원 내외의 금액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대관 외에 결혼에 필요한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등은 서울시가 협력업체로 선정한 4개 결혼 전문업체와 상담 후 선택할 수 있다.

대관 비용은 저렴하지만 케이터링 여부, 무대장식, 꽃 장식 등 예비부부가 선택한 옵션들에 따라 비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 주요 지역 예식장의 홀 대관료가 300~400만원을 훌쩍 넘는 상황에서 공공예식장 대관료는 매력적인 수준이다.

또 작은 결혼식이라고는 하지만 예식장에 따라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1000명까지 하객을 수용할 수 있고, 하루에 1~2 건 내외의 예식만 진행하는 등 이점이 크다. 장소마다 상이하지만 대부분 서울 주요 지역에 예식장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용산가족공원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19쌍의 부부가 이곳에서 화촉을 밝혔다. /서울시

예식장 별로 다양한 매력이 있다는 점도 인기 요소다. 예비부부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용산가족공원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예식장이 야외 결혼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가 하면 성북 예향제에서는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치러지는 예식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장에서 찍어내 듯 결혼식이 치러지는 일반 실내 예식장을 피하고 싶은 MZ세대 예비부부들을 만족시킬만하다.

다만, 송현공원이나 시민청 등 음식물 반입을 아예 금지하는 경우도 있고, 주차장 이용이 불편한 야외 결혼식장도 있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는 사업을 알리기 위한 홍보 예산만 책정했다면, 내년부터는 예식 비품 지원 등 예비부부의 부담을 더욱 줄이고 하객 편의시설을 늘리기 위한 예산 책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동운